盧心은 어디에..노무현 12주기 앞두고 친노 구애 바쁜 與 '빅3'

김준영 2021. 5. 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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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한 번도 꿈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뵙지 못했는데, 오늘 새벽 잠 깰 때 처음으로 긴 시간 꿈을 꿨다. 제가 안아드렸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 전시 '사람 사는 세상'에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보고 있다.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전 ‘2021 사람 사는 세상’ 전(展)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 12주기(5ㆍ23)를 나흘 앞두고 열린 이 날 행사엔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참석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잇따라 호남을 찾았던 두 사람은 이번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친노(親盧) 구애전을 벌였다.


與 ‘빅3’, 친노 마음 쟁탈전 본격화
유 이사장에 이어 나온 정세균 전 총리는 “저는 그간 노 대통령 꿈을 몇 번 꿨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전 총리는 “유 이사장이 저보다 노 대통령을 더 사랑하는줄 알았는데, 다시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여당 대표를 지냈다. 그는 또 “여기 종로구는 노 대통령이 15대 보궐선거에 당선됐고 그 다음에 제가 (19·20대에) 당선됐다”고 했다.

2006년 1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기관 및 정당 주요인사 초청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이어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노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가 다 이뤄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측은 “현재 대선 주자 중 노 대통령의 적통이자, 그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은 정 전 총리뿐”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저는 사실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면서도 자신의 삶에 노 전 대통령이 끼친 영향을 언급했다. 이 지사는 “사법연수원에서 26살 나이에 현장 개업하는 게 무서워서 돈도 없고 경력도 없고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노 대통령이 강연 와서 ‘변호사는 굶지 않는다’는 명확한 지침을 주시는 바람에 변호사를 개업해서 작게나마 시민운동을 해봤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거리로 따지면 ‘친노’라 하기 어려운데 정신이나, 살아온 길 등으로 보면 노 대통령하고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는 친노 인사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일엔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12일 발족한 외곽 조직 민주평화광장에는 곽 변호사 외에도 노무현 정부 출신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친노 인사들이 발기인으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 지사 측은 “꼭 가까이 지냈어야만 친노가 아니다. 노무현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초대됐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잡아놓은 호남 일정 때문에 직접 참석은 못 했고, 노무현재단 측엔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남은 잔류파지만, 그 이전에 열린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캠프 대변인을 거처 인수위원회의 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다. 이 전 대표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작성한 사람이 이 전 대표다. 이를 평소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꼽는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 1일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이낙연 대변인과 방송녹화 원고를 검토하고있다. 중앙포토


이 전 대표는 2002년 당 대변인 시절엔 노무현 후보에 대한 당내 ‘후보 교체론’에 맞서는 논평을 낸 일도 있다. 당시 그가 냈던 논평의 제목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는 훗날 자신의 저서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2003)의 부제로 달리기도 했다.

‘빅3’ 외에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도 노심(盧心) 쟁탈전에 열심이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저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지역 기반을 같이하는, 영남 민주 세력 확장을 위해서 노력해 온 전통성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친문 아닌 친노”라 규정하며 “이번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실험, 정치벤처를 20년 만에 재개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12주기 추모제에 빠짐없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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