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김동연이 뜨겁다..여야 서로 "우리 사람" 줄다리기

심새롬 2021. 5. 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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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3월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유쾌한 반란 - 환경, 자신 그리고 사회를 바꾸는 세 가지 질문, 세 가지 반란'을 주제로 초청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를 뛰어넘는 정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김 전 부총리를 지목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움직이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어젠다를 들고나오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대선주자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를 야권의 대선 주자로 공개 거론하는 듯한 발언에 18일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광재 의원)이라는 반론이 나오며, 김동연 줄다리기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여당 경선까지 생각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은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9일 중앙일보가 접촉한 민주당 인사들은 “김 전 부총리가 지난 4·7 재·보선을 앞두고 ‘내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고 주장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종민 전 최고위원 등이 올 2~3월 수차례 김 전 부총리를 만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이어가자 그가 “출마한다면 굳이 전략공천이 아니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당시 지도부 소속이던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김 전 부총리가 입당까지 할 수도 있었다”며 “본인이 ‘박영선과 맞붙고 싶지는 않다’고 해 끝내 출전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출신의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국가비전 2030’을 도맡아 만든 장본인이자, 다른 경제관료들과 달리 시장주의에 치우치지 않은 분배주의자가 바로 김동연”이라면서 “그 자신도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여권 인사들은 판자촌·상고 출신인 ‘흙수저’ 김동연에 적잖은 동류의식(同類意識)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광재 의원은 전날(18일) 페이스북에 “김 전 부총리는 정략에 흔들리는 무게 없는 분이 아니며, 야권의 불쏘시개로 쓰일 한가한 분도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다른 한 사람(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추정)’과는 달리 김 전 부총리는 신의가 있는 사람”이라고 썼다.

이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를 올들어 몇 번 만났다”며 “김동연은 단순한 재집권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유능한 정부,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어디든 입당은 안 한다”
야권이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있다.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재직 시절(2017~2018년) 소득주도성장 등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의 경제정책 기조와 번번이 마찰을 빚어 ‘김동연 패싱’이란 유행어가 돌았다. 야권에선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 대선주자들이 꽉 차 있는 민주당보다 이렇다 할 후보가 없는 야권이 김 전 부총리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의 대선 경쟁을 훨씬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김 전 부총리를 평가했다.

여야 모두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정작 김 전 부총리 본인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이른바 ‘제3지대’를 무대로 정치권 진입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와 가까운 한 기재부 출신 야권 인사는 “김동연이 재·보선 때 민주당 측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은 것도 맞고, 김부겸에 앞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직 제안을 받은 것도 맞다”면서 “하지만 본인은 ‘어느 당이든 한쪽을 택해 입당하는 방식으로 활동하진 않을 것’이란 뜻이 강하다”고 전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왼쪽)는 재직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참모들에게서 "김 전 부총리와 장 전 실장 간 의견차를 조율하고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당시 두 사람 모습. 기재부 제공.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 전 부총리 주변에서는 “윤 전 총장과 지역적 기반이 겹치는 김 전 부총리로선 윤 전 총장의 ‘충청 대망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향후의 정치적 행보가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 2002~2005년 김 전 부총리와 세계은행에서 함께 근무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0년 가까이 옆에서 지켜본 김 전 부총리는 ‘내가 뭐가 되는 것’이 중요한 사람은 아니다”라면서 “본인은 말을 아끼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을수록 더 주목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 링 위 ‘선수’ 될까
그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말처럼 실제로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 그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대선주자의 캠프에 합류하는 '코치'보다는 직접 '선수'로 뛰는 쪽이 그에겐 어울린다”라면서도 “다만 정치적 인지도가 낮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실제로 대선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옛 기재부 측근들에게 “재미있는 역할을 고민할 것”이란 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강연 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는 그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책 출간 이후엔 공개 행보를 늘려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7일 ‘JCI 경기지구 청년회의소 임원연수’ 강연에선 “승자독식의 전쟁을 끝내야 한다”,“‘청와대정부’를 바꿔야 한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다 보니까 중앙집권적인 국가 과잉의 문제가 나오는 것” 등의 메시지를 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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