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3년 전 복층충전소 지었는데..한국은 규제 푸느라 2년 허비
수소 생산 천연가스 세율도 없어
원천기술 부족이 가장 큰 약점
전세계에서 주행중인 수소차는 4월 기준 약 3만7400대, 이중 1만3600여대가 운행중인 한국은 수소차 보급률 1위 국가다. 미국(1만68대)은 물론 중국(7227대)이나 일본(5185대)을 압도한다. 하지만 수소차에 필수적인 충전소는 72기로 일본(137기), 중국(128기), 독일(83기) 등에 크게 뒤진다. 일본의 경우 이미 3년전 복층형 충전소까지 등장했지만 한국은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꽉 막혀있다 지난 2월에서야 시행규칙을 개정해 복층 설치 규제가 풀렸다. 정부는 3년 전부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마련하며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인프라 확대를 막는 규제는 들어내지 못해 2년을 허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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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너지로 급부상한 수소
온난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제로'가 지구촌의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면서 미래 에너지로 수소가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가장 유망한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로 꼽았고, 일본 니케이BP 클린테크연구소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이 1657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미래의 코어테크인 수소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각국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1910조원)를 쏟아붓는 그린뉴딜에 한창이고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1400억 유로(192조원) 규모로 수소경제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3년 전부터 수소경제를 본격 추진한 한국의 경쟁력은 어느 수준일까. 19일 본지는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와 함께 국내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수소산업의 5가지 분야인 생산, 저장·운송, 충전, 모빌리티, 연료전지별로 학회가 추천한 전문가 5명이 강점과 약점, 기회, 위협 요인을 분석(SWOT)했다. 그 결과 한국은 생산과 저장·운송, 충전 인프라, 연료전지 등이 취약하고 모빌리티 분야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기반, 천연가스 수송 인프라와 정부의 수소경제 전환 의지가 강점으로 꼽혔다. 반면 수소 운송과 연료전지의 원천 기술이 부족하고 경쟁국 대비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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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약한 고리는 생산
수소경제는 생산을 시작으로 저장 및 운송, 충전, 모빌리티 등으로 차례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완성할 수 있다. 수소가 미래 에너지로 급부상한 만큼 세계적으로도 5가지 분야의 가치사슬을 고루 구축한 국가는 드물다는 데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일찍이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키며 수소산업 기반에서도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을 기준(100)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은 5가지 분야 중 특히 생산 부문에서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한국산업연구원이 2019년 전문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국내 수소 생산량은 지난 2018년 192만3942t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 196만2427t, 2020년 197만8632t으로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수소 생산이 늘지 않고 있는 건 관련 법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국내 정유사는 수소 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세금 문제로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다. 수소는 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생산하는데 수소 생산용 천연가스 세율이 정해지지 않아 공업용 천연가스 세율(1㎏당 42원)을 따르고 있다. 이와 비교해 발전용 천연가스 세금(1㎏당 12원)은 3배 이상 저렴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소경제를 육성하겠다면서 독자적인 세율도 마련하지 못한 건 모순”이라며 “정부의 수소경제 추진 의지에 비해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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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부족이 큰 약점
한국이 수소의 저장·운송, 전지 분야에서 약점을 보인 것은 원천 기술 부족 때문이다. 5대 분야중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모빌리티 분야도 정작 핵심인 전기구동 기술은 취약하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소모빌리티연구본부장은 “모터와 인버터 등 전기구동 관련 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소 연료전지 기술도 비슷한 상황이다. 송락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미국 등 수입산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 분야의 원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경쟁국들은 정부가 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소 생산이 대표적이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은 “독일은 수소 전략을 포함한 기후 중립 및 에너지 전환에 70억 유로(9조6300억원)을 배정했고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에 최대 4700억 유로(646조원)를 투자한다”며 “여기에 중국도 수소를 대량 생산해 저가에 공급할 태세여서 국내의 수소 생산 기술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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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가치사슬 구축해야 시장 선도
전문가들은 수소 경제를 앞당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5가지 분야를 고루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소경제는 각국 간 경쟁력 우위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 막 출발한 만큼 미국을 제외하고는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윤창원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단 박사는 “탄소중립이 글로벌 과제로 부상하면서 수소 시장은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고 있다”며 “큰 그림을 갖고 기술력을 높여가면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영순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수소및신에너지 학회장)는 “가장 중요한 건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가치사슬 구축”이라며 “생산→저장·운송→충전→연료전지→모빌리티로 이어지는 각각의 사슬 중 하나라도 끊어지면 수소경제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한다.그레이수소=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한 수소.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블루수소=그레이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수소. 그린수소=태양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수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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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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