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감독도 "류현진 최고 투수"..천적 상대로 시즌 4승

배영은 2021. 5.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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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강타선을 상대로 시즌 4승을 따낸 토론토 류현진 [AFP=연합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천적'을 또 하나 없앴다. 메이저리그(MLB) 최강으로 꼽히는 보스턴 레드삭스 타선을 올 시즌 최고 피칭으로 잠재웠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3연승으로 시즌 4승(2패)째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2.95에서 2.51로 낮췄다.

더 큰 수확도 있다. 보스턴은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와 함께 '3대 천적'으로 꼽히던 팀이다. 류현진은 앞선 세 차례 보스턴전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가 보스턴, 양키스와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토론토로 이적하자 주위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모두 기우였다. 이미 양키스 징크스를 극복한 류현진은 이날 보스턴 타선을 상대로도 에이스 위용을 뽐냈다. 지난달 21일 맞대결에서 5이닝 8피안타 4실점 한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보스턴이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내세웠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와 정면 대결에서도 압도적으로 이겼다.

류현진은 1회 첫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강력하게 출발했다. 올 시즌 한 차례 홈런을 맞은 알렉스 버두고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다음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고 무사히 이닝을 끝냈다. 2회와 3회는 삼자범퇴. 일사천리로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4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고비였다. 또다시 버두고에게 외야 오른쪽 펜스 앞까지 굴러가는 2루타를 허용했다. 1사 후엔 잰더 보가츠의 땅볼 타구를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이 잡지 못해 1·3루 위기가 왔다.

이때 류현진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라파엘 디버스를 내야 플라이로 유도해 3루 주자를 묶어두고 투아웃을 채웠다. 이어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를 외야 플라이로 잡아 실점을 막았다. 5회 첫 타자 헌터 렌프로의 큼직한 우중간 안타 때는 한 차례 수비 도움도 받았다. 토론토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레이저 송구로 렌프로를 2루에서 아웃시켰다.

이후엔 일사천리였다. 류현진은 다음 두 타자를 내야 땅볼로 솎아내고 5회를 끝냈다. 6회 또다시 유격수 실책으로 무사 1루를 맞았지만, 버두고와 보가츠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워 4회의 아쉬움을 되갚았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2사 후 마지막 타자 렌프로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시즌 세 번째 7이닝 투구였다. 올 시즌 가장 많은 공(100구)을 던지면서 직구(31개), 체인지업(26개), 컷패스트볼(21개), 커브(15개) 등을 황금 분할했다. 에이스의 역투를 발판 삼아 승리한 토론토는 지구 1위 보스턴을 0.5경기 차로 바짝 뒤쫓았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후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감탄사를 쏟아냈다. 류현진의 이날 성적을 소개하면서 "그는 자신이 '엘리트'라는 걸 알아야 한다. 류현진의 날(Ryu's Day)이었다"고 썼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태극기 이모티콘과 함께 한글로 '류는 매혹적입니다'(Ryu is mesmerizing)라는 해석까지 직접 덧붙이는 정성을 보였다.

토론토 감독은 물론이고, 상대 팀 사령탑도 혀를 내둘렀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능력을 인정한다.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나 빠르게 타자들을 아웃시켰다. 류현진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으로 우리 타선을 압도했다. 그가 현재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류현진도 경기 후 편안한 표정으로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내 컨디션과 제구가 (지난 보스턴전 등판과는) 달라서 위기 상황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몸 상태가 너무 좋다. 앞으로도 이런 이닝 수와 투구 수를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타고난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그가 위기에서 더 집중하고 강해지는 비결이다. 그는 "나도 마운드에서 긴장되고 흔들리거나 밸런스를 잃을 때가 있다. 하지만 상대를 알고, 내가 준비한 방식을 생각하고, '한 번에 너무 크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져서 제구를 잡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지만(30·탬파베이 레이스)은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 경기에 3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2점 홈런을 쳤다.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하다 17일 복귀한 그는 두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을 신고해 올 시즌 전망을 밝혔다. 탬파베이는 13-6으로 크게 이겼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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