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현대식 욕조는 에나멜 입힌 '돼지 여물통'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현대의 욕실은 씻기만 하는 공간이 아닌, 프라이빗 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 스폿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일과 중 쌓인 피로를 풀기 적합한 욕조는 음악 재생, 물 온도 조절과 몸무게 측정 등의 현대 기술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우리가 다양한 기술을 누리며 휴식을 얻는 현대 욕조의 역사, 어떻게 시작됐을까? 사람들은 언제부터 욕조에서 목욕을 했을까. 그 답은 놀랍게도 '돼지 여물통'이다.
입욕 문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욕조는 고대 로마시대에 최초로 개발됐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했기 때문에 상류층의 전유물에 불과했다. 한국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나무통 욕조 역시 절이나 양반집, 궁중에서만 사용하던 소수문화였으며 서민들은 냇가에서 씻거나 물을 받아 끼얹는 식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정에 입욕 문화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현대식 가정용 욕조는 키친앤바스 전문 브랜드인 콜러(KOHLER)사에서 개발했다.
욕실과 주방 제품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콜러사를 창립한 존 마이클 콜러는 1854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29세에 5000달러를 주고 미국 쉐보이건의 '주철 주조공장'을 인수했다. 존 마이클 콜러와 동업자인 찰스 사이버젠의 이름을 따 '콜러와 사이버젠' 이란 이름의 이 회사는 경작기와 다른 농업기구를 생산했다. 1883년에는 돼지 여물통에 장식용 발을 덧붙여 만든 주물 욕조를 세계 최초로 생산했고, 주물 표면에 에나멜 파우더를 도포하는 에나멜 처리 기술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개수대에 물을 받아 끼얹거나 오크로 만든 나무 통에서 목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목재는 특성상 습기에 방치될 경우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견디기에 무리가 있어 욕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했다.
이에 콜러는 자회사 생산품인 사각 양철통으로 만든 돼지 여물통을 보고 거기에 직접 개발한 에나멜 파우더를 뿌린 다음 이를 지탱하는 네 개의 다리를 만들어 붙인다. 말구유 목욕통으로 불린 현대식 욕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콜러가 개발한 주물 욕조는 무겁고 디자인도 단순했지만 가정집에서도 쉽게 입욕을 할 수 있고 나무통 욕조의 단점을 모두 보완해 사람들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이후 처음으로 만든 욕조를 소 한 마리와 닭 14마리에 팔았다는 우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1911년에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매립형(built-in) 욕조'를 선보였다. 욕조가 욕실에 고정된 현대 화장실의 시작이다. 도자기로 만든 최초의 양변기와 싱크대도 콜러의 작품이다.
에나멜 주물 욕조로 욕실 제품 사업을 시작한 이래 콜러는 전 세계 50여개 공장에서 직원 3만여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콜러의 욕조는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독보적인 주물제조기술로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형태의 욕조부터 고광택 아크릴과 같은 내구성이 뛰어난 재료에 정교한 세공과 컬러가 어우러진 욕조까지 어느 욕실 환경에나 적합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납을 사용하지 않아 93%의 재료가 재활용이 가능하며 충분한 에나멜 처리로 오랫동안 벗겨짐 없이 깨끗하게 사용 가능하다. 세계 최고급 호텔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콜러는 14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오랜 경험의 노하우,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박선영 콜러 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콜러는 최초의 가정식 욕조, 매립형 욕조 등을 개발하며 오늘날 우리가 보편적으로 접하는 욕실, 주방 문화를 이끌어 왔다"면서 "향후에도 콜러의 우수한 디자인과 창조정신으로 고객들이 가장 앞선 품질과 디자인, 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제품 개발과 출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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