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검증과 회개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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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추리작가 코난 도일을 둘러싼 일화입니다.
그는 사회적 명성을 지닌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게 못마땅해 장난을 치기로 합니다.
아무리 사람 앞에서 그럴듯하게 고백해도 속으로 '내가 어때서'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거짓일 뿐입니다.
그렇게 할 때 검증으로 인한 살벌함과 아픔이 아니라 사랑으로 품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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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추리작가 코난 도일을 둘러싼 일화입니다. 그는 사회적 명성을 지닌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게 못마땅해 장난을 치기로 합니다. “당신이 저지른 일이 탄로 났으니 도망치시오”라고 전보를 보낸 것이었죠. 전보를 받은 사람 중 상당수가 그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찔리는 데가 있어 몸을 피한 것이었죠.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그것을 숨기는 데 그런대로 성공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직에 나갈 때는 다릅니다. 그동안 숨겨왔던 것들이 만천하에 공개돼 곤란한 지경에 이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사청문회에 선 공직 후보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최근에도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 때문에 어수선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사실 우리에게 생소했습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걸로 끝이었죠.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2000년 6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의인인 양 후보자를 비난하던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 자리에 서면 더 많은 문제가 드러나곤 합니다. 그 장면을 보는 국민은 허탈해집니다.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여당은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것은 그동안 그런대로 숨겨왔던 부끄러운 일들을 계속 잘 숨기도록 도와주자는 말입니다. 그 배후엔 ‘우리도 마찬가지니까’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죠.
이는 선악과를 먹은 후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린 걸 정당화하자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가려요. 원하는 대로 가리고 오세요”라고 홍보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이와 다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외치신 첫 메시지는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였습니다. 청문회의 검증과 회개는 아주 다릅니다. 회개는 그동안 그런대로 잘 숨겨왔던 부끄러운 일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입니다. 청문회가 강제로 벗기는 것이라면 회개는 스스로 벗는 것입니다. 회개는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합니다. 초대교회 때는 회중 앞에서 공개 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1907년 평양 대부흥에 영적 도화선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평양 장대현교회 집회 중 길선주 목사께서 회중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공개 자백했고,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었던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회개는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사람 앞에서 그럴듯하게 고백해도 속으로 ‘내가 어때서’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거짓일 뿐입니다.
결과도 다릅니다. 청문회는 강제로 벗긴 후 쫓아냅니다. 회개는 스스로 벗으면 용서가 이어집니다. 그런 뒤 주님은 거룩한 세마포로 우리를 입히십니다. 어떻습니까. 지금까지 잘 숨겨오신 게 있습니까. 그래서 안심하고 계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하나님께 다 발각됐습니다. 겨우 사람에게만 숨기고 있었을 뿐입니다. 혹시 깨끗하다 자부하십니까.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살펴봐야 합니다.
다른 이에게 흠이 발견되면 공격하고 쫓아내지 말고 사랑으로 용서해야겠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용서를 받았으니 그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할 때 검증으로 인한 살벌함과 아픔이 아니라 사랑으로 품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것입니다. 인사청문회야 우리 사회를 위한 공적 과정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일상에서만이라도 검증 대신 회개를 했으면 합니다. 가정에서부터 그렇게 합시다. 먼저 고백하고 먼저 용서하길 원합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사랑이 소리 없이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김운성 영락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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