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정상회담에 바란다> 동맹 강화하고, 북핵·쿼드 협력 굳건히 하길

2021. 5. 19. 0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새로운 안보 위기국면 진입
신뢰하고 돕는 관계 분명히 해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1월 당선 직후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기념비를 찾아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이다. 한·미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 숱한 갈등이 많았다. 그토록 노력해 온 북한 비핵화는 요원해졌고, 한·미 동맹은 예전 같지 않다.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한·미·일 3국 협력도 지지부진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기 일변도로 나가던 트럼프와는 다르다. 동맹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갈등의 매듭을 풀고,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동맹으로 거듭날 중요한 계기다.

최근 한반도는 새로운 안보 위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엔 북한 재래식 군사력에만 대비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북핵과 중국의 팽창에도 대처해야 한다. 3중의 위기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50∼100발(미국 RAND 추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 일부는 노동미사일에 장착돼 한·일을 위협한다. 조만간 미국에 닿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가질 전망이다. 북한이 핵을 함부로 쓸 수는 없겠지만, 미국의 한국 방위 지원을 견제하기엔 충분하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가 당장은 어렵다고 보고, 북핵을 단호하게 억지하면서 점진적·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정책을 세웠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7일 “(미국이)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다.

중국은 국제적으로 공해(公海)인 동·남중국해의 내해화를 노리고 있다. 이 바다는 한국의 많은 물동량이 지나가는 생명줄이다. 중국의 팽창에 러시아와 북한이 편승하는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동아시아가 과거 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추세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모두 전제정치에 의한 전체주의와 사회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 역사에서 전체주의는 주변국에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은 이 세 나라에 가장 가까이 있다. 위로는 북한의 핵 위협, 아래로는 바다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안보정세에 미국은 국제 질서와 인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호주·인도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른바 쿼드(Quad)다. 영국과 프랑스도 항공모함을 동아시아로 보내 지원한다.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쿼드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현시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 강화다. 미국이 한국 방위를 확실하게 돕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도 쿼드에 협조하는 게 순리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은 안보 수혜국이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할 책임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쿼드 협력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북핵을 효과적으로 억지하는 기회로 만들기 바란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