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독립만세'가 보여준 '내 집과 자립'의 조건

이준목 2021. 5. 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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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지난 17일 방영된 JTBC '독립만세'의 한 장면
ⓒ JTBC
 
생애 첫 싱글라이프에 도전하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그리며 소소한 웃음을 전해온 JTBC 관찰 예능 <독립만세>가 종영했다. 17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송은이와 절친들의 집들이, 김민석의 중고거래 도전기, 악뮤(AKMU) 남매의 휴일 풍경과 본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 등이 그려졌다.

송은이 하우스에 등장한 것은 프로제트 그룹 '셀럽파이브'의 멤버인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였다. 네 사람은 신봉선이 선물한 수맥봉으로 송은이 하우스의 수맥을 점검해보기도 하고, 송은이의 애장품을 걸고 자체 퀴즈 게임을 펼치는 등 희극인 팀답게 시종일관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배우 김민석은 집안에 맥주거품기, 물티슈, 섬유유연제 등 잔뜩 쌓여있던 생필품을 처분하기 위하여 이태원에서 생애 첫 중고 직거래에 도전했다. 김민석은 유명 배우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구매자에게 먼저 인지도 테스트를 시도하여 웃음을 자아내는가하면,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 여성 구매자와 번역기까지 동원하여 간신히 소통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해프닝이 속출했다.

김민석은 귀기하며 중고거래로 마련한 비용으로 업소용 불판 테이블을 구입하여 눈길을 끌었다. 배달음식에 지쳤던 김민석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여 불판 테이블을 활용한 자신만의 혼밥-혼술 타임을 즐겼다.

악뮤 남매 찬혁과 수현은 휴일에 청소-세탁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독립생활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찬혁은 혼자 있을 때 대충 식사를 해결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대선배 이승철에 배운 생존 된장찌개와 볶음밥으로 모처럼 그럴듯한 혼밥에 성공했다.

수현은 집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돌발상황에 고군분투했다. 싱크대 옆 배수관에 쌓인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악취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내는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TV와 냉장고로 이어진 전력이 부분 정전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침 수현의 집에 들른 찬혁과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남매 케미를 발산했다. 남매는 함께 본가에 들러 모처럼 엄마의 따뜻한 집밥을 함께 즐겼고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생활에 적응해내가고 있음을 고백했다.

유명인들의 개인적 일상을 보여주는 '싱글라이프 관찰예능'은 이미 <나 혼자 산다>,<온앤오프> 등 방송가에 넘쳐난다. 출연자의 일상생활부터 취미, 가치관, 가족, 대인관계 등 출연자들의 다양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통하여 '유명인도 일상에서는 우리와 다를 게 없는 똑같은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공감대를 느끼게 된다.

여기서 <독립만세>만의 차별화 포인트라면 역시 집이라는 개인적 공간과, '독립러 비긴즈'들만의 자립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은 모두 싱글라이프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처음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1인가구 초보들이다. 직접 집을 구하고 계약하는 과정에서부터 혼밥, 집정리, 인테리어, 생활패턴의 변화 등 독립생활에서 발생하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을 모두 혼자서 직접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진정한 자립'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줬다. 각기 다른 출연자들의 성격과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는 '집'이라는 공간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 무대이자 또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출연자들의 모습, 초기에 자신의 집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색해하던 장면들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공간'에서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로 유명인들의 화려한 일상이나 자기애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던 다른 관찰예능에 비하여 <독립만세>는 조금은 궁상맞아보이더라도 현실적인 싱글라이프를 보여준다. 싱글라이프에 대하여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있는 초보 독립러들이 낯선 환경과 생활에 악전고투하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처음 접해보는 생활과 소소한 변화에도 행복을 느끼는 모습은 곧 유명인이나 일반인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독립만세>역시 후반부로 갈수록 어쩔 수 없이 연예인 관찰 예능의 한계를 드러냈다. 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나 평생의 소원과도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출연자 대부분이 성공한 유명인이다보니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구하기까지의 까다로운 과정들이 생략된 모습이나 사소한 일상생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 등은, 그저 연예인들이라 가능했던 '배부르고 낭만적인 독립 타령'정도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독립만세>는 초보 독립러들의 일상 적응기를 통하여 어느 정도 '연속성 있는 서사'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소재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다른 관찰예능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작위적인 에피소드들이나 연예인 인맥 자랑의 비중이 늘어났다. 출연자 중 그나마 비연예인에 가까웠던 유튜브 인플루언서 재재는 언제부터인가 점점 비중이 낮아지더니 마지막회에는 스튜디오 촬영분에만 등장하고 VCR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소수의 고정멤버와 12회라는 적지 않은 회차에도 뭔가 뚜렷한 장면을 남기지 못하고 중도에 이야기를 하다만 듯 흐지부지 끝나버린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독립만세>가 만일 시즌2를 추진한다면, 굳이 출연자가 유명 연예인이거나 집이라는 한정된 무대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독립만세>가 초반에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꾸밈없는 진짜 일상이 주는 리얼리티와 공감대에 있었다. 하지만 후반부는 결국 기존의 관찰예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용두사미에 가까웠다. 싱글라이프 관찰예능이 포화상태에 이른 현재의 방송가에서 비슷한 장르와 소재의 이야기를 어떻게 차별화해나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제작진에게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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