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정승원이 밝힌 대구 6연승의 힘, "자신감 반, 절실함 반으로 뭉쳤다"

서호정 기자 2021. 5. 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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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2021시즌의 대구FC는 기묘하다. 시즌 들어서 주전들의 부상으로 초반 깊은 부진에 빠졌다. 경기 외적인 논란까지 연달아 터지며 2019년 전용구장 건설과 함께 써내려 가던 대구의 하늘색 동화는 잔혹 동화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리그에서 6연승을 달리며 무섭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수원삼성과 더불어 지난 2년 간 리그를 지배한 전북현대, 울산현대의 양강 구도를 깰 도전자로 올라서는 중이다. 오는 주말 열리는 전북과의 리그 18라운드 홈 경기는 엿새 전에 이미 매진을 기록했다. 대팍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다인 5연승을 넘어 지난 주말 열린 16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6연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K리그 최다 연승 기록이다. 그 6연승의 방점을 찍은 결승골의 주인공이 정승원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결말이었다. 계약을 놓고 구단과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다 극적으로 합의한 정승원은 팀에 대한 애정과 동기부여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을 마치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뒤 정승원은 늘 그렇듯 그라운드 위에서 100% 이상을 쏟아 부었고, 대구도 정승원의 복귀 후 9경기에서 6승 2무 1패를 기록 중이다.


이병근 감독은 "합류가 늦어서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도 그렇지만 체력이 제일 걱정이었다. 승원이의 장점은 90분 동안 전투적으로 스프린트를 하는 부분인데 그런 모습을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릴 줄 알았다"며 정승원의 늦은 시즌 출발에 대한 회상을 했다. 결과는 이병근 감독 본인도 놀랄 정도의 퍼포먼스였다. "걱정을 해도 일부러 말을 많이 걸지 않았다. 운동에 대한 욕심, 그라운드 위의 집념이 강한 선수고 본인도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인정하고 더 노력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죽자사자 뛰는 승원이의 모습이 나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예상을 뛰어넘은 정승원의 경기력과 노력을 칭찬했다. 


정승원의 첫 공격포인트는 대구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인천전에서도 오후성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건 츠바사였지만, 그 이전에 측면에서 결정적인 연결을 한 건 정승원이었다. 제주전에서는 카운터어택에서 엄청난 질주와 마무리를 보여줬다. 이병근 감독은 "뒤에서 튀어나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승원이의 장점이 계속 나올 거다. 상대가 힘들어질 때 장점을 더 발휘하는 선수다"라며 앞으로의 일정에서도 큰 기대를 보였다. 


선수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정승원은 "나 자신이 아니라 팀에 집중한 것이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6연승에 대한 소감을 차분히 밝혔다. 그에게 대구 6연승의 비결을 물었을 때 나온 답은 자신감, 그리고 절실함이었다. 그리고 팀에서 누구보다 절실했던 자신의 2021시즌에 대한 이야기도 밝혔다. 


- 6연승을 달성하고 결승골까지 책임졌다. 
팀원 모두가 잘 해서 이겼다. 운 좋게 세징야가 침투하는 타이밍에 좋은 패스를 해줬다. 제주 원정은 쉽지 않은데 결승골이 됐고, 팀도 연승을 이어가서 기쁘다. 


- 예년에 비하면 첫 공격포인트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4월 첫 출전 이후부터 꾸준히 좋았다. 
작년에 많은 도움을 올리다 보니 공격포인트에 대한 의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합류 초반에는 무조건 팀의 상황만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팀이 이기는 게 먼저였다. 거기에 기여하면 팀 구성원은 당연히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팀이 계속 이기다 보니 내게도 자연스럽게 득점 기회가 왔다. 기다림 끝에 중요한 순간 시즌 첫 골이 나와서 더 기쁘다. 


- 팀 분위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좋을 것 같다.  
정말 좋은 거 같다. 입단 후 최고라고 느낀다. 프로의 세계에서 승리보다 좋은 건 없고, 그것도 6연승이라는 팀 역사에 남는 기록이 나왔으니 안 좋은 게 이상한 일이다. 작년, 재작년의 대구는 젊은 팀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선수들도 경험이 쌓였고, 무엇보다 베테랑인 형들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한다. 경기 전날 같이 모이면 (이)근호 형, (이)용래 형, (김)진혁이 형, (안)용우 형, (황)순민이 형이 돌아가며 한마디 씩 한다. 상대팀에 대한 의견을 말하며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할 지 진지하게 대화한다. 어린 선수들도 의견을 보탠다. 지금 시점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형들이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팀이 승리에 점점 다가갔고, 승리가 시작되고는 장기 연승으로 가고 있다. 우리 팀 선수 대부분이 이 정도로 긴 연승을 경험한 적이 없을 텐데, 그 안에서 많은 걸 얻어가고 있다. 


- 대구 입장에서는 이젠 매 경기 새 역사에 도전하고, 올 시즌 리그 최다 연승 기록도 경신 중이다. 19일 수원을 상대로 7연승에 도전하는데?
우리 홈인 대팍에서 경기를 하면 상대가 누구든 질 거 같지 않은 분위기가 2019년부터 형성됐다. 지금은 그걸 넘어서 원정이라도 매 경기 자신 있다. 2019년의 대구가 강하다고 했는데 지금 더 단단해졌다. 지금 대구의 가장 큰 적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방심이 가장 두렵다. 현재의 대구는 자신감과 절실함이 반반이다. K리그에서 우리가 승리를 향한 절실함을 가장 크게 보여준다. 경기 종료까지 공격적으로 덤빈다. 그리고 그 승리가 하나, 둘 쌓이면서 상대가 누구든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대구만의 자산에 꾸준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면 승리를 가져와서 더 좋은 역사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2021시즌을 출발할 때 연봉 조정까지 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팀과 경기에 집중하나?
솔직히 누구든 그 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밖에서 동기부여나 팀에 대한 애착이 100%가 아닐 거라 의심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정리되고, 다시 팀 안에 들어오면 무조건 내가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진짜 프로다.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 오직 팀만 생각했다. 과정은 어려웠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팀이 뭉치고 있는데 거기서 내가 온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오히려 내 몫을 다 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봤고, 정말 그라운드 위에서 100%를 다 쏟아내고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 연봉 조정 이후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대구 팬도 있다. 어차피 떠날 선수인데 애정을 보내서 뭐 하겠느냐는 식의 접근이다. 
'축구로 보답하겠다'는 뻔한 얘기를 하고 싶진 않다. 팬들의 마음과 생각을 나 혼자서 정의하는 것도 무례한 일이다. 백마디 말보다 백번의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대구 유니폼을 입고서 팀을 위해 혼신을 다해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없다. 주중, 주말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기 대문에 현재는 기다리는 경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 대구FC에 보탬이 되는 선수, 승리하는 데 기여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다. 그 다음은 팬들께서 판단해주실 몫이라 생각한다. 


- 올림픽 출전에도 도전 중이다. 지난 3년 간 땀 흘린 노력의 성과를 얻고 싶을텐데?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거라는 1%의 가능성이 있다면 모든 선수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신경쓰이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답은 늘 하나다. 소속팀에서 선 보이는 경기력이 평가의 우선 기준이다. 그걸 바탕으로 김학범 감독님께서 긍정적으로 지켜 보실 거라 생각한다. 팀에서 헤매는 선수를 감독님이 원할 리가 없다. 대구에서 잘 하는 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길이라 생각하고, 더 잘하도록 하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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