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주한미군, 한반도 밖으로 투입 가능"
"한국군, 전작권 전환 능력 갖추려면 몇 년 더 걸려"
문 대통령 임기 내 '전환 시기 확정' 노력에 선긋기
폴 라캐머러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미 태평양육군사령관)가 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서면 답변을 통해 한국 정부의 안보 전략과 대비되는 입장을 내놔 주목된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우려해온 주한미군의 한반도 바깥 지역으로의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확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와 관련해 "미군의 글로벌 역할과 한국군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동맹 협력의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바깥) 긴급 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options)을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내가 인준되면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 병력과 능력을 포함하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역외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 미ㆍ중 간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는 지역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시기’가 아닌 ‘조건’을 강조했다. 그는 "한ㆍ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나는 이 중요한 노력에서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요한 연합방위 리더십 역할을 충족하고 임무 수행을 위해 현재의 능력 격차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군사적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해야 할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며 "주한미군이 예상하기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전작권 조기 전환 입장에 선을 긋는 발언인 셈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간 군 당국은 현 정부 임기 내 전환 연도인 ‘X년도’ 확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문제는 대선을 감안할 때 채 1년도 남지 않은 일정이었다.
그래서 올여름 실시할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때 모의고사 성격의 3단계 검증평가 중 2단계(완전운용능력ㆍFOC) 평가를 마친 뒤 올가을 양국 장관이 참석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때 'X년도'를 발표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한·미 군 당국 간 물밑 접촉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타진해왔지만, 미국 측이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전환 시기 확정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라캐머러 지명자의 강경한 태도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한ㆍ일, 한ㆍ미ㆍ일 간 군사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ㆍ일과 양자, 삼자, 다자 협력을 증진하고 한ㆍ일 관계를 진전시킬 리더십 역할을 계속 맡아야 한다"며 "한ㆍ일 간 군사협력의 효과는 그 자체로 독특한 억제력 효과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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