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장비는 5위, 폰은 4위로 밀렸다..연말 20% 퀀텀점프 가능할까
미국과 중국 간 기술·안보 패권 전쟁의 출발점은 ‘5세대(5G) 통신장비’였다. 5G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로봇 등을 실현하는 인프라이자, 군사·안보와도 직결된 민감한 기술이다. 중국이 국가 예산을 들이부어 5G 통신장비 기술 개발에 성공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자, 미국은 ‘클린 네트워크’를 앞세운 반중(反中) 기술연대를 결성해 이를 저지하고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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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포장에 비해 5G 실체 부실”
한국은 2019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려한 포장과 달리 ‘5G 실체’는 부실하다”고 진단한다.
18일 시장조사업체인 델오로에 따르면 5G 통신장비분야에서 ‘절대 강자’는 중국 화웨이다. 화웨이는 2019년(32.6%)에 이어 지난해에도 시장점유율 31.7%로 1위를 지켰다. 스웨덴 에릭슨(29.2%)과 핀란드 노키아(18.7%), 중국 ZTE(11%)가 뒤를 이었다. 화웨이와 ZTE 두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한 셈이다. 5위인 삼성전자(7.2%)는 화웨이 점유율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실적도 ‘5G’만 떼어놓고 보면 세계 4위로 밀렸다.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700만 대(점유율 12.7%)를 출하했다. 1위 애플(4040만 대·3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오포(2160만 대), 비보(1940만 대)보다도 적다. 5위 샤오미(1660만 대)에 가까스로 앞선 수준이다.
통신장비 시장은 연구개발(R&D)과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경쟁업체를 따돌리는 구도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06억 달러(약 12조원)로, 스마트폰(5000억 달러·560조원)의 46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5G 인프라 위에 자율주행차, 디지털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등 신산업 육성이 가능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G 관련 국내 경제 파급 효과는 2023년경 47조7000억원에 달한다. 에릭슨은 2026년 5G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글로벌 매출이 1조3000억 달러(14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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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13년부터 5G 선점 위해 ‘맞춤 전략’
중국은 5G 통신장비 산업 육성을 위해 일찌감치 ‘맞춤 전략’을 펼쳤다. 2013년 정부 주도 아래 5G 상용화와 기술표준 개발을 선도할 민·관·학 공동 플랫폼(‘IMT 2020 프로모션 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제13차 5개년국가정보화계획, 2016~2020년 정보통신업계발전계획 등 5G 육성 정책을 내놓으며 자국 업체를 전방위 지원했다.
민간에서는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었다. 화웨이는 창업 초기부터 매년 매출의 10~15%를 R&D에 투입하며 기술 선도에 집중했다. 전체 임직원 20만여 명 중 10만5000명이 R&D 담당이고, 한해 167억1270만 유로(2019년 기준·약 23조원)를 R&D에 투입한다.
성영철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화웨이의 연구실은 20~30대의 젊은 연구원들이 24시간 3교대로 연구를 이어간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로 화웨이가 5G 통신장비 강자로 급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통신표준화기구(ETSI)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체 5G 필수표준특허(SEP) 302건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다. SEP는 5G 네트워크 구축 같은 특정 사업에 채택된 표준기술을 구현하는데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기술특허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5G 통신장비에 대해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등 경쟁사 제품 대비 가격은 30%가량 저렴하고 기술은 가장 앞섰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화웨이는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구글 소프트웨어와 앱도 쓸 수 없다.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도 ‘화웨이 배제’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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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화웨이 제재’ 속 굵직한 수주 계약
한국은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66억4000만 달러(약 8조원) 규모의 5G 통신장비와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통신장비 단일 수출 계약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중주파수와 고주파수 대역의 장비가 버라이즌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일본 1위 통신사인 NTT도코모, 캐나다 사스크텔과도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다. 사스크텔은 3G 네트워크를 구축한 2010년부터 중국 화웨이 장비만 써오던 곳인데, 5G 구축 시점에 화웨이를 배제하고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화웨이 제재’의 반사이익으로 올해 20%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KMW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83.9% 늘어난 2124억원이다. 매출도 1조원에 가까워지며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에이스테크·RFHIC·서진시스템·오이솔루션·다산네트웍스 등도 올해와 내년 사상 최대 매출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된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한 화웨이의 위상이 여전히 건재하고, 에릭슨·노키아 등 경쟁사의 벽이 높아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버라이즌 수주를 따낸 이후, AT&T·T모바일 등 미국의 대형 통신사는 모두 에릭슨·노키아와 계약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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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성장 기대되는 인도 시장 확보해야”
미국·일본도 한국에 영토 확장을 더는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이 5G 및 차세대 6G까지 염두에 둔 통신분야 R&D에 45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5G 통신장비 시장은 중국·유럽·한국 업체가 90%를 차지하고, 미국과 일본 업체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하지만 5G 관련 특허는 일본의 NTT도코모가 6%, 미국 퀄컴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두 나라가 통신 기술특허를 바탕으로 5G·6G 통신장비 국산화와 세계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주춤하고, 미·일이 뛰어들기 전인 ‘짧은 시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영철 교수는 “통신장비는 한 번 깔아놓으면 메인테넌스(정기보수)를 통해 갱신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성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틈새시장이 열린 짧은 시간에 최대한 시장 점유율을 넓혀놔야 5G 생태계 확장과 6G 시장 선점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 정부가 5G 시범 서비스에 화웨이 등 중국 업체를 제외했고, 삼성전자는 인도 최대 통신사업자인 릴라이언스지오의 4G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면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5G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할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최현주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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