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이산화질소, 파킨슨병 위험 높인다..'첫 확인'

민태원 2021. 5. 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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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상위 25% 성인, 하위 25%보다 발병 41% ↑
서울, 세계 80개 도시 중 배출량 세번째 높아
국민일보DB

대기오염의 주범인 이산화질소(NO₂) 노출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 발생과 연관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처음으로 나왔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연료를 연소할 때 배출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등 다양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사멸하면서 손떨림이나 경직, 보행장애와 함께 치매, 망상, 우울증, 잠꼬대 등 증상을 일으킨다.

전 세계적으로 노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2만명 이상이 진료받고 있다.

이산화질소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 심혈관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로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새롭게 확인된 만큼 도심의 이산화질소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공중보건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인 100만명 표본 코호트(동일 집단)자료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서울에 계속 살며 파킨슨병 발병 이력이 없는 40세 이상 7만8830명(평균 54.4세, 여성 52.1%)을 추린 뒤, 이후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들의 대기오염 노출과 파킨슨병 신규 발생을 최장 9년간 추적했다.

개인의 대기오염 노출 정도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제공하는 25개 자치구의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활용했다. 분석 대상 대기오염 물질은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PM10, PM2.5), 오존(O₃), 이산화황(SO₂), 일산화탄소(CO) 등 6가지였다.

연구 결과 추적 기간 동안 파킨슨병을 새로 진단받은 사람은 총 338명이었다. 연령과 성별, 각종 질병 값을 보정한 결과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많은 상위 25%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이산화질소 노출이 가장 적은 하위 25%군 보다 41% 높았다.
이산화질소 외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황, 일산화탄소는 파킨슨병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산화질소가 파킨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기전에 대해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인인 ‘알파-시뉴클린, 루이소체(신경세포 내 비정상적 단백질 집합체)’의 침착이 후각 신경부터 시작되는데, 코로 흡입된 이산화질소가 코 속 후각신경에 독성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파킨슨병의 비운동성 증상인 후각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몸 속으로 들어온 이산화질소가 염증 인자(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6·8 ,종양괴사인자-알파 등)를 증가시키고 뇌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흔히 보이는 병리 소견인데, 뇌로 전달된 이산화질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산화질소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일수록 대기 중에 많이 섞여 있다. 특히 서울은 세계 80개국 주요 도시 중 이산화탄소 대비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세번째로 높다.
경제 규모가 비슷한 영국 런던, 미국 시카고 등 선진국 대도시보다 이산화질소 배출량이 최대 2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나이가 고령일수록 발생 확률이 올라가는 질환이다. 인구 노령화로 파킨슨병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파킨슨병의 완치법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걸리면 평생 함께하는 여정이 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 꾸준한 운동, 섬세한 영양관리 등을 통해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정선주 교수는 18일 “국내 인구를 기반으로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의 연관성이 처음 확인된 만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환경 보건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JAMA)의 신경학 분야 저명 학술지(JAMA Neurology) 인터넷판에 ‘이달의 저널(Article of the Month)’로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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