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강하늘 "연기할 때 역할보다 튀지 않으려 노력"

류지윤 2021. 5. 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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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와 호흡

배우 강하늘의 강점은 진정성이다. 빈틈과 투박함 사이로 진정성이 꽉 찬 연기를 보여줄 때면 관객들은 어느 새 그의 연기에 푹 빠지고 만다.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연기적 문법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면에서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또 한 번의 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재수생 영호(강하늘 분)가 첫사랑 소연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편지를 우연히 소연의 동생 소희(천우희 분)가 받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과 서툰 청춘의 모습들을 가슴 따뜻하게 보여준다.


"강하늘표 영호를 만들고 싶었어요. 다른 영화들은 캐릭터를 온전히 그 캐릭터로 보이게 노력했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영호를 강하늘화 시켜서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비워있는 부분을 저의 아이디어로 채웠기보단, 대본에서 영화의 감정이 많이 비워져있다보니 제가 느낀 바로 채웠죠. 감독, 작가님도 영호의 빈칸을 강하늘로 채워주길 바라셨고요. 쉽게 말씀드리면 다른 작품에서는 '이 역할이라면 표정이나 반응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면, 이번엔 '내가 이럴 땐 어떻게 했었지?'를 더 자주 생각했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출연한 이유는 대본이 주는 여백의 미였다. 완벽한 설계가 아닌, 배우 혹은 관객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더해 감정적으로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영화는 정보나 메시지가 정확하다보니 제가 영화를 본 후 깊게 들어가볼 여지들이 많이 없었어요. 한 번 쯤은 영화에 깊게 들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게 배우로서 저의 갈증이었죠."


극 중 영호에게 편지의 의미는 기다림과 진심이다. 강하늘도 실제로 중요한 말이나 마음을 전할 때 직접 글을 쓴다고 전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쪽지로 쓰는 편이거든요. 그게 진정성이 느껴져요. 말이라는게 사실 느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잖아요. 더 정확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글을 쓰죠."


영화 속 영호는 재수생 신분에 소희와 수진 사이를 오간다. 영호는 소희를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비'같은 사람, 수진을 혼자 있어도 빛나는 '별'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강하늘은 두 사람을 오가는 영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 같아요. 한 가지로 표현하는 건 우리 영화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영호의 성장 스토리일 수 있어요. 두 친구의 편지로 인해 하루하루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죠. 그 과정에서 수진에게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걸까'란 감정을 고민하고요. 어장관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한 영호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강하늘은 연기하는 캐릭터를 온전히 그 인물로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 어딘가에 영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며 몰입감과 친숙함을 선사한다.


"제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포인트입니다. 저는 항상 연기할 때 역할보다 배우가 튀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역할을 넘어서 내가 튀어나와버리면 역할로서 매력이 사라지더라고요. 배우 스스로가 '믿게 해야겠다'란 의도가 들어가면 관객분들이 쉽게 알아차리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의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 거부감도 생기고요. 연기적인 포인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느끼는 걸 정확하게 보여주면 관객들이 알아줄거라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해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영호는 소희의 편지로 위로를 받았다면, 배우 강하늘에게 위로를 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저는 개인적으로 집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힘들고 이런 일은 없는데 기본적으로 집에 가만히 있는게 좋아요."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모두의 열병인 첫사랑을 되돌아보게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고. 이와 함께 극중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며 관객들도 스스로 청춘에서 한 뼘 성장한 모습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아마 여러분도 지나오셨을 그 때, 내가 하는 일이 맞나, 내가 잘 가고 있나란 고민을 할 때 보시면 위로가 되실 것 같아요. 영호, 소희, 수진의 성장을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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