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의 G플레이] 게임업계, 커지는 '중국 리스크'..글로벌 확장은

권오용 2021. 5. 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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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 이상 황금 어장 아닌 위험 요인돼
크래프톤, '배그 모바일' 인도 진출 공식화
중국 게임사 텐센트 통해 선보였다가 반중 정서로 퇴출돼 직접 서비스 나서
중국 판호 발급 4년째 안돼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 못하고 있어
지난 4월부터는 판호 심사 더욱 까다로워져 한국 게임의 중국 입성 더욱 힘들어져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 진출 손쉽고 수익도 짭짤하게 올려
한국 게임사들, '중국 리스크' 줄이는 방법은 해외 판로 확대 뿐

국내 게임업계에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은 과거에는 황금 어장이었지만 지금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시장 진입이 막힌 지 4년째나 됐고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은 한국에 손쉽게 진출해 인기까지 얻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함께 진출한 해외에서 반중 정서 때문에 퇴출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내 게임사에 중국이 위험 요인으로 바뀌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오직 해법은 글로벌 시장을 확장해나가는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성과를 내는 게임사들이 있다.

반중 정서에 발목, 더 어려워진 판호

중견 게임사 크래프톤이 최근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모바일’의 인도판 출시를 공식화했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모바일 인도'의 로고를 공개하고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인도에서만 서비스된다”는 서비스 방침을 밝혔다.

크래프톤이 인도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중국 파트너사인 텐센트를 통해 서비스하던 것이 막혔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작년 10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이 격화되자 중국 앱 110여 개의 서비스를 중단시켰는데, 여기에 배그 모바일도 포함됐다. 크래프톤으로서는 반중 정서의 유탄을 제대로 맞는 것이다.

이에 크래프톤은 아시아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 직접 진출하기로 하고, 현지 법인을 세우고 인도용 게임도 다시 만들고 있다.

크래프톤의 중국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출시된 배그 PC와 모바일 버전이 중국 시장에 정식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배그 모바일의 경우 지난달까지 누적 가입자가 10억명을 넘는 글로벌 게임이지만 중국에는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외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받지 못해서다.

판호가 나오지 않는 것은 크래프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사 대부분이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아예 없었고, 작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와 올해 2월 인디 게임사 핸드메이드 게임의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 2종만이 판호를 받았다. 중국이 한국 게임의 수입을 사실상 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판호 발급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해외시장 동향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월부터 새로운 게임 채점 제도를 적용한 판호 심사를 하고 있다. 문제는 5개 채점 항목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 여부’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 가능 여부’ 등 한국 등 해외 게임사로서는 반영하기 힘든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판호 발급 문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이런 내용을 근거로 판호를 내주지 않으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판호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중 각국 게임 현황.

한국은 제집 들락거리듯

국내 게임사들은 47조원 규모(2020년 기준)의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진출 자체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게임은 한국에 자유롭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 텐센트게임즈는 내달 모바일 RPG ‘백야극광’의 국내 출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텐센트게임즈는 중국 거대 게임사인 텐센트의 자회사로, 국내에 오피스를 두지 않고 중국 현지에서 한국 서비스를 진행한다. 이는 국내 앱마켓의 자율 등급심의를 받으면 한국 정부 차원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 서비스에 있어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문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중국 게임은 한국에 손쉽게 들어올 뿐 아니라 돈벌이도 짭짤하게 하고 있다. 17일 기준으로 구글 앱마켓의 최고 매출 게임 순위를 보면 3위 ‘기적의 검’, 6위 ‘삼국지 전략판’, 7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 등 중국 게임이 톱10에 3개나 올라 있다. 이들 게임은 최소 하루 1억~10억원가량을 버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사로서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한국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중국 게임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작년 11월 발간한 중국 게임산업 발전과 정책 변화와 관련한 ‘KOCCA포커스’에서도 이런 상황을 우려했다. 보고서에서는 “한국 신작 게임의 중국 진출 경로는 막혔지만 중국 게임의 국내 시장 진출은 가속화되고 있어 국내 게임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게임 발전 속도로 비춰 봤을 때 한국 게임이 언제까지 인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앞으로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해외 매출 비중.

해법은 해외 판로 다변화…일부 게임사 성과도

국내 게임사들이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정부 당국은 중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고, 게임사들도 중국에 찍힐까 봐 끽소리도 못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방한하면 판호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와도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래 판호는 중국 미디어 감시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관리했지만 지금은 공산당이 한다”며 “그만큼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방한한다고 해서 판호 발급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현재로써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 판로를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과거와 달리 해외 판로 확대에 성과가 나오고 있어 희망적이다. 실제로 국내 빅3 게임사 중 넷마블의 경우 해외 매출 비중이 7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북미 36%, 유럽 12%, 일본 9%, 동남아 9%, 기타 5%로 여러 지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나왔다.

중견 게임사인 컴투스도 1분기 매출 비중이 북미 33.1%로 가장 많았으며 유럽 18.8%, 한국 22.1%, 아시아(한국 제외) 23.6%, 기타 2.4% 순이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전성시대를 맞아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앱마켓을 통해 다양한 국가를 공략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졌다”며 “중국만 바라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중국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문이 열리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인 만큼 경쟁력 있는 게임을 언제든지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야 한다”고 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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