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文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 될까, 변수는 지방선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7일 오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와대) 안에서 느끼는 분위기나 확인한 바로는 교체를 전제로 해서 인사 검증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관련 교체설에 대답하면서다.
지난 16일 청와대가 개각을 발표할 때만 해도 홍 부총리 인사를 두고 신임 총리 임명 전까지 시한부 유임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날 이 수석의 발언으로 시한부 딱지를 뗀 유임에 무게가 실렸다.
홍 부총리는 윤증현 전 장관이 세운 최장수 경제부총리(842일) 기록을 지난달 1일 이미 깼다.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게 된다면 재임 900일, 1000일은 물론 1100일 기록도 너끈히 세울 수 있다.
기록만큼이나 과정이 화려한 건 아니었다. 홍 부총리는 청와대와 여당 의견에 끌려다니며 홍백기(홍남기+백기),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총 7번의 사퇴설과 교체설에 휘말렸다.
홍 부총리 교체설이 처음 나온 건 임명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때다. 2019년 6월 홍 부총리 고향인 강원 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차출한다는 설이 돌았다. 차출설은 말 그대로 설에 그쳤지만 총선이 치러진 지난해 4월 다시 교체설이 제기됐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에 홍 부총리가 반기를 들면서다. 결국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상위 30% 제외) 주장을 꺾었고, 여당 의견대로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 났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ㆍ정 갈등에도 홍 부총리는 자리를 지켰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다시 개각설이 돌았다. 부동산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 정책을 놓고 기재부ㆍ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석 달 후인 지난해 10월 교체설은 또 불거졌다. 홍 부총리,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장수 장관을 교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10억→3억원)을 둘러싸고 당ㆍ청과 정부 간 의견 차이가 드러난 것도 교체설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이 “경제팀이 수고를 많이 했다”고 발언하며 수습했지만 이번엔 홍 부총리가 직접 나섰다. 지난해 11월 3일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누적된 ‘패싱’ 논란이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바로 사표를 반려했고 “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며 홍 부총리에 대한 재신임 의사를 직접 밝혔다.
그럼에도 홍 부총리 ‘패싱’ 논란은 계속됐다. 재ㆍ보궐 선거를 앞둔 지난 2월 4차 재난지원금 보편ㆍ선별 지급을 두고 당ㆍ정이 다시 충돌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개각 후보로 홍 부총리가 또 거론됐다.
논란 끝에 지난달 개각 최종 명단에서 홍 부총리는 빠졌고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이어나가게 됐다. 사실상 임기가 채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경제부총리 교체란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있냐는 현실론도 재신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덕분에 홍 부총리는 홍백기 대신 홍뚜기(홍남기+오뚜기)란 별명이 어울릴 이력을 쌓았다.
물론 현 시점에서 유임됐을 뿐 홍 부총리 교체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부동산 등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도 변수다. 고향이 강원도 춘천인 홍 부총리가 강원도지사 선거에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는 소문이 기재부 안팎에서 돈다. 지방선거일은 내년 6월 1일이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이 선거에 출마하려면 최소 선거일 90일 전까진 그만둬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를 두 달여 앞둔 내년 3월 이전에 홍 부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도지사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홍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로 남을 수 있을지가 여전히 미지수란 의미다. 자칫 정권이 교체되는 혼란한 시기 경제부총리가 공석인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정무직 인사는 정치적 고려와 전문성을 동시에 따져 이뤄지는데 홍 부총리는 후자(경제적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못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유임 얘기가 나온 건 정치적 기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사실 홍 부총리를 둘러싸고 수차례 교체설과 재신임ㆍ유임 얘기가 나오는데 경제부총리란 엄중한 자리가 ‘바꿔도 안 바꿔도 그만’이란 정치권 인식 하에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경제부처를 조직화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기에 경제 사령탑 인사가 정치에 휘둘려 시시하게 다뤄지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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