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유회웅, 뮤지컬·드라마 '나빌레라' 춤은 그에게서

장지영 2021. 5. 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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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출신.. 2008년 뮤지컬 '캣츠' 출연 이후 안무 작업
재기발랄한 안무 스타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러브콜

70살 할아버지 덕출의 발레 도전과 방황하는 23살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을 담은 인기 웹툰 ‘나빌레라’가 지난 3~4월 TV 드라마로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발레를 배우기 위해 학원이나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웹툰이나 드라마 팬이라면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나빌레라’를 놓치면 안 될 듯하다.

서울예술단의 2019년 초연과 올해 재연 무대 그리고 드라마까지 안무를 담당한 것은 같은 인물이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으로 발레는 물론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에서 재기발랄한 안무를 선보이고 있는 안무가 유회웅이다. 그는 최근 옥주현 조여정 등 여러 연예인의 발레 선생으로 이름이 꽤 알려졌다.

드라마 '나빌레라'의 한 장면.

“드라마와 비교할 때 뮤지컬은 좀 더 판타지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게 춤입니다. 주인공 덕출 할아버지의 상상이 무용 시퀀스로 펼쳐집니다.”
유회웅은 최근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만들어진 웹툰 ‘나빌레라’ 광고 속 덕출의 역할을 맡는 등 ‘나빌레라’와 인연이 깊다. 다만 그는 최근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뮤지컬 ‘나빌레라’ 초연 당시 안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드라마 ‘나빌레라’의 안무를 맡았다고 다들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드라마 제작진은 나를 만나고 나서야 뮤지컬 ‘나빌레라’ 안무한 것을 알았다”면서 “순서가 어쨌든 내가 ‘나빌레라’ 인연이 깊은 것은 맞다”고 웃었다.

발레는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 시간과 가장 많이 싸우는 장르다. ‘젊음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무용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유독 짧다. 그러면서도 반복적인 훈련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제대로 흉내 내기조차 어렵다. 유회웅은 “드라마 제작사는 ‘나빌레라’를 준비하면서 처음엔 발레를 그다지 어렵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막상 해보고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깨닫고는 발레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극 중 덕출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인환에 대해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근력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몸과 자세가 뻣뻣하셨다”면서도 “선생님이 연세가 많으신데도 스트레칭과 호흡을 정말 열심히 따라 하셨다. 그리고 ‘유 선생, 나도 저런 동작 할 수 있나’라고 물을 정도로 발레에 의욕을 보이셨다”고 말했다.

2019년 뮤지컬 '나빌레라'를 초연한 서울예술단은 올해 창작진을 교체해 수정한 뒤 재공연을 올리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나빌레라’ 역시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6%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에 대대적인 수정을 통해 발레의 매력을 좀 더 강화했다. 서울예술단 작품들 가운데 무용의 비중이 컸던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1895’를 연출했던 이지나 연출가가 ‘나빌레라’ 재연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동명 웹툰 및 드라마와 차별되는 무대만의 매력을 춤으로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초연보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 무대에서 유회웅은 발레에 국한하지 않고 현대무용 등 다양한 춤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가 발레 외에 다양한 장르의 춤을 꿰고 있는 것은 뮤지컬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에서 안무가로서 활동할 때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사실 프로를 지망하기엔 꽤 늦은 나이인 고등학생 때 발레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브레이킹 댄스 등 힙합 댄스에 빠져 있었다.

서울예술단이 올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 '나빌레라'의 한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고등학교 때 어머니 친구분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니까 발레를 배워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학교에 발레를 참관하러 갔다가 레오타드를 입은 남자아이들을 보고는 민망해서 싫다고 했죠. 그런데, 당시 발레 선생님이 비디오로 보여주신 발레 ‘해적’ 가운데 알리의 춤에 매료돼서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어요. 막상 시작하니 발레가 너무 재밌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늦게 발레를 시작한 데다 크지 않은 키 등 신체적 조건이 좋다고 할 수 없었지만,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그리고 2004년 졸업과 함께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백조의 호수’ ‘해적’ ‘돈키호테’ ‘카르멘’ ‘스파르타쿠스’ ‘호두까기 인형’ 등에서 개성적인 조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광대는 그의 테크닉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역할이었다. 그는 2008년 뮤지컬 ‘캣츠’의 오디션을 통해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팰리스 역에 캐스팅되면서 국립발레단을 퇴단했고, 이후 무용수와 안무가를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

“한예종 시절부터 발레만이 아니라 현대무용과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연도 많이 보고 다녔는데요. 특히 2002년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에서 큰 감동을 한 것이 2008년 ‘캣츠’ 라이선스 공연 오디션에 응하도록 한 것 같아요.”

유회웅이 안무가로서 처음 주목받은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그는 2008~2009년·2011년 뮤지컬 ‘캣츠’에서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한편 안무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기 시작했다. 2008년 창작발레 신인안무가전에서 선보인 ‘팔리아치’는 이듬해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을 안겨줬다. 2012년 프로젝트그룹인 유회웅리버티홀을 창단한 그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신체를 과장함으로써 캐릭터를 흥미롭게 보여주거나 코믹한 전개는 그만의 안무 스타일이다. 2013년 초연한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과 2018년 초연한 ‘똥방이와 리나’는 대표작이다. 공기를 불어넣은 비닐 옷의 아이디어와 코믹한 안무가 재밌는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은 2014년 불가리아에 초청됐으며 그 해 대한민국발레축제 우수작으로도 꼽혔다. 또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의 의뢰로 만들어진 ‘똥방이와 리나’는 큰 인기를 끌며 여러 지역 공연장의 초청을 받아 지금도 공연 중이다. 올해는 6월 15~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일환으로 신작 ‘NO NEWS’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용수도 좋지만 저는 안무가 잘 맞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나 미적인 상상을 자유롭게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무거운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가는 것은 제 장점이자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발레의 대중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발레를 나만의 해석으로 재안무해 보고 싶습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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