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의 세금이야기] 경제 해치는 부동산 투기.. 공직자들 스스로 엄금해야

2021. 5. 1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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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들어 총리와 장관들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약방의 감초같이 등장하는 시빗거리(?)가 있다. 바로 ‘부동산 투기를 했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는 공직자로서는 절대 해선 안 되는 잘못된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이것이 투기인지 아니면 투자인지가 딱히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대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주위에 있는 다수의 지인들은 투기와 투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 달라고 한다. 이는 필자가 40년 가까운 국세 공직자 재직기간 중 상당 부분을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세금 부과 업무를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외람되게도 그런 필자조차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관련 세법이나 여타 법규정에서조차 양자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해준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참고로 우리말 사전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시세 변동을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 거래 행위’라고 추상적으로 개념 짓다 보니 부동산 투자라고 해서 시세 변동을 전혀 외면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양자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영어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일반적으로 ‘speculation in real estate’ 또는 ‘land speculation’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speculation’이라는 말은 원래 라틴어 ‘speculari’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 그 의미는 ‘자세히 관찰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한문에서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별도의 언급이 돼 있지 않지만 그중 ‘투기(投機)’라는 낱말은 불교의 선종(禪宗)에서 나온 말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말없이 눈길만 주고받아도 서로의 뜻이 통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런 좋은 뜻을 가진 ‘투기’라는 말이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이라는 단어와 합쳐져 부동산 시세 변동을 자세히 꿰뚫어본다는 의미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역시 부동산 투자와의 명확한 구분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세법에서 공식적으로 부동산 투기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한창 추진되고 있던 1960년대 전국적으로 크게 일어났던 부동산 개발 붐 때문이다. 1967년 11월 말,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조치세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1968년 1월 1일부터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 내 개발 지역과 경부고속도로 인근 지역 등 땅값이 상승하는 지역을 ‘투기 억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 내의 토지를 사고파는 경우에는 그 매매 차익(매년 지방세법에 따라 정하는 시가표준액으로 계산된 금액으로 계상)의 절반(50%)을 ‘부동산 투기억제세’로 과세하다가 그 후 1975년부터 소득세법이 전면적인 종합소득과세 체계로 바뀌면서 지금의 양도소득세로 탈바꿈했다.

이렇게 땅 투기를 잡기 위해 특별히 제정된 부동산 투기억제세가 6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됐으나 땅 투기를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소득세법에서는 이를 보완해 토지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같은 건물에 대해서도 과세 대상으로 확대시켜 정당한 목적 없이 부동산값 상승만을 노려 매매 차익을 누렸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부동산 투기성 거래로 보고 있다. 예시적으로 부동산을 사서 1~2년 내에 팔거나 생활근거지가 아닌 주택을 사고팔거나 아니면 사업자들이 본연의 사업 목적에 맞지 않게 토지 등을 사고파는 경우 등을 모두 부동산 투기성 거래로 간주해 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사업목적을 위해 공장 건물이나 창고 또는 사무실과 점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생활주거지로 쓰기 위해 주택 등을 매입하는 경우는 정상적인 부동산 투자가 되겠지만 단순히 부동산을 매입해 두었다가 부동산값이 오르면 이득을 남기고 되파는 경우에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부동산 투기 행위는 나라 전체로 보면 백해무익한 행위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게 되면 투기 소득이라는 불로소득을 얻기 위해 한탕주의가 판을 치게 돼 대부분 사람은 땀 흘려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좁은 국토에서 부동산 투기 행위가 성행할 경우에는 부동산값만 올라가게 돼 나라 전체로나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결코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행위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서는 상습적으로 이런 부동산 투기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심지어 신성한 종교단체도 예외는 아닌 듯 보인다. 얼마 전 어떤 종교단체에서는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바쳐진 건축헌금을 은행에 일시 예치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종교단체 구성원 중 일부가 몫 좋은 개발 지역에 땅을 사두었다가 값이 오르면 처분해 그 돈으로 건물을 지으면 될 것을 하필이면 수익률이 낮은 은행에 넣어두고 있느냐고 항의했다고 한다. 만약 그들 주장대로 개발 지역 땅을 사서 비싸게 되팔아 많은 이득을 남겼다면 그 누군가는 그 땅을 더 비싸게 사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더 많은 재정적 부담을 안게 하는 잘못된 경제적 악순환 현상으로 연결될 것이다.

이참에 기업인들의 사업장 확장을 위한 정당한 투자는 권장하되, 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부동산 투기는 적극적으로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해 국가 지도자로 나서고 싶은 분들은 더욱더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조용근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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