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첫 주례회동서 金총리에 "부동산, 여당과 충분히 협의"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여당 등과 충분히 협의하라”고 주문했다고 주례회동 한 참석자가 이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세금·대출 정책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참석자는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명시적으로 주문하는 건 아니었고 협의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동산 대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숙고하여 결정하되,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기본적인 원칙은 조속히 결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 부동산 대출 확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논쟁이 장기화되면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어 문 대통령이 김 총리에게 당정간 협력을 통해 ‘교통정리’를 부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그동안 여러차례 밝혔다. 지난 14일 취임식에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집값 안정 기조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가 주택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선 “백신을 접종할수록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는 점을 통해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김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의 주안점을 ‘국민 통합’과 ‘현장 중심’에 두고,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문제 해결, 경제 회복과 도약, 국민 화합·상생·포용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오는 22일 국무위원 워크숍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무위원 워크숍은 정권 후반기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정책 추진 과정의 기강 해이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말 총리는 안정적으로 내각을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관리형 총리’ 역할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초기 내각이 동질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마지막 1년 동안 국정과제를 이끌 장관들이 함께 의지를 다지고 마음을 모으는 워크숍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총리는 사회적 갈등 해소와 소통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김 총리는 경제계, 종교계 등 두루 만나며 통합을 추구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총리 중심으로 정부가 합심해 가시적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복수의 참석자들은 “전직 대통령 사면 얘기는 오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주례회동 이후 국회를 찾아 각 당 대표·원내대표를 만났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총리에게 “청문보고서 채택도 없이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 동의안이 또다시 강행 처리됐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매우 유감”이라며 “청와대 인사 라인의 경질 등을 건의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선거를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선거 사범을 단속하는 법무부 장관에 여당 다선 현역의원들이 앉아 있고, 중앙선관위에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조해주 상임위원 앉아 있다”며 “내년 대선의 중립적 관리에 걱정을 넘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께 이런 상태의 시정을 건의해달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 총리에게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큰 틀에서는 정책적 기조는 유지해야겠지만 실수요자가 겪는 어려움 해소에도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조금 더 빨리 총리가 됐으면 국정 기조가 더 좋은 쪽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여당 의원에게 조선 시대에나 들었던 ‘어디서 감히’ 표현도 들으면서 여전히 과거의 오만하고 고압적 태도가 지속되는 것 같다”며 김 총리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야 어디서 감히”라며 소리를 높였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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