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룡들 '광주로 가는 길'은 모두 다르다..그들의 호남구애법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대선 주자가 5월 18일을 전후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이후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본선행 여부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결판났다. 민주당의 전략통 의원은 “2002년 노무현 신화도 광주 경선에서 시작됐다. 174석이 돼 의원들의 출신 지역이 다양해졌다지만 결국 이번에도 승부처는 호남 경선”이라며 “모든 주자들이 호남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정이지만 '광주로 가는 길'은 각자의 상황과 처지,포석에 따라 모두 다르다.
최근 광주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은 연고가 확실한 이낙연 의원이다. 지난 14일~16일 매일 민주묘지에 나가 묘비를 닦은 이 의원은 정작 다른 주자들이 몰려드는 5월18일에는 광주를 비운다. 16일 연초 제기했던 사면론에 대한 반성과 개헌론을 포함한 ‘광주선언’을 발표한 뒤 서울로 향했다. 이 의원 측 인사는 “이 의원의 묘역 참배는 일회성 눈도장 찍기 행사가 아니다”라며 “당일 참배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은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7일 5·18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찾아 재야 원로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18일에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 19일부턴 다시 1박2일간 전남을 찾을 예정이다.
5월18일에 5ㆍ18 민주묘지를 찾는 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그리고 김두관·박용진 의원이다.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이미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는 '로키(low-key)'가 콘셉트다. 17일 하루를 전북에서 보낸 뒤 18일 광주로 향하는데 참배를 제외한 모든 일정에 정책 행보를 앞세웠다. 17일엔 군산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전라북도-경기도의 자동차 대체인증 부품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18일 참배 전엔 '기본소득 지방정부 협의회' 소속 광주 지역 구청장들의 기본소득 간담회를 연다. 이 지사 측은 “18일 참배는 개인 자격으로 조용히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지사의 외곽 조직인 민주평화광장(공동대표 조정식 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7일 별도로 참배했다.
지난주를 안방 전북에서 보낸 정 전 총리는 광주행에 앞서 16일엔 전남 여수의 여순사건 위령비에,17일엔 순천의 여순사건 위령탑에 참배했다. 위렵탑 앞에서 정 전 총리는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고 부끄럽다”며 “21대 국회는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측은 “민주당의 정신적 뿌리와 관련된 참배 일정을 잇따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낙연 의원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전남 동부권부터 공략을 시작한 것”라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전남 동부권에선 김회재(여수을),신정훈(나주·화순) 의원 등이 정 전 총리에 대한 공개 지지의사를 밝혔고 순천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던 스윙보팅 지역이다.
‘원조 친노’인 이광재 의원은 광주 방문(19일)에 앞서 17일 노 전 대통령의 정치 무대인 부산을 찾아 ‘부산발전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11일 ‘강원발전 비전’ 발표에 이어 두 번째 지역발전 전략이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우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17일~18일 광주 방문 일정의 콘셉트를 ‘청년’에 맞췄다. 17일 저녁 광주에서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성결대 교수와 광주청년네트워크 간담회를 연다. 아직 지지 주자를 택하지 않은 한 재선 의원은 “호남 연고가 없는 두 사람은 다른 지역과 이슈에서 바람몰이를 하지 못하면 호남에 구애하기 어렵다”며 “나름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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