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슬쩍 숟가락 얹지 말라" 삼성 반도체 공장 달려간 국힘
“무능한 아마추어 정부의 경제 실정을 종식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2시 원내 지도부와 당 산자위 소속 의원 10여명과 함께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로 달려갔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이인용·박학규 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김 원내대표는 “삼성은 허허벌판에서 반도체의 꿈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거란 비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바로 삼성의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13일 뒤늦게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정부 노력이 부족하다”고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양측은 반도체 산업의 애로사항과 전력 공급 및 정부 보조금 문제 등 현안에 대해 3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 뒤 김 원내대표는 “세계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우리 기업의 불이익이 없도록 숙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의 사면 건에 대해선 “당이 사면을 요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반도체 산업 경쟁 등에 잘 대응하기 위해, 국가 발전 차원에서 폭넓고 전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반도체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는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재했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원목 교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한 시간 반 동안 반도체 산업 육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반도체라는 국가 먹거리를 문재인 정부 들어 놓칠 상황이라는 위기감에 세미나를 열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날 반도체 업계를 다독이고 나선 건 국내 반도체 산업이 정부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의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 설치가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혀 2019년 해결되기까지 5년이 걸리고,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가는 전력망 건설 등을 놓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도 “팔짱 낀 정부 탓”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세액 공재를 대폭 강화하고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자, 국민의힘에서는 “미국, 중국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자 부랴부랴 뒷북 생색에 나섰다”는 반발이 나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선진국은 반도체를 국가의 일로 인식해 돕느라 바쁜데 우리나라는 기업이 정부와 악전고투를 벌이는 형국”이라며 “대통령이 은근슬쩍 기여가 많은 듯 밥상에 수저를 놓는 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종배 의장도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반도체의 활약은 정부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해낸 것”이라며 “남의 밥상 숟가락 얹기도 이 정도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반도체 문제에 힘을 쏟는 건 대여 투쟁과 정책 행보의 병행 차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출범한 김기현 원내지도부가 인사청문회,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 등을 놓고 투쟁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당내에선 “민생과 경제도 함께 챙기는 투트랙 행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향후 반도체 문제는 물론, 백신 수급 문제 등에서 당 차원의 전략과 대안을 내놓겠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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