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종의 고인류 두개골이 맞이합니다, 21세기 호모 사피엔스를

강혜란 2021. 5. 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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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700만년 진화 소개 전시
화석 복제품, 디지털 동굴벽화 등 볼거리
인류 진화와 오늘을 잇는 메시지 아쉬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하는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는 진화적 관점에서 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화석 자료, 고고 자료 등 700여 점의 전시품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강혜란 기자


2015년 국내 출간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는 지난해까지 누적판매 100만부를 넘어섰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적 존재가 되기까지 핵심적 능력을 ‘허구를 믿는 힘’으로 정의한 이 책은 2011년 출간 이래 50여개 언어로 번역됐다. 유인원과 DNA상 크게 다르지 않은 사피엔스가 이 같은 능력에 힘입어 대규모 협업을 이루고 현재의 문명에 이른 과정이 많은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사로잡았다.

700만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이야기를 유물 전시로 풀어내면 어떤 모습일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하는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는 이런 대담한 시도의 결과다. 17일 언론 공개회로 먼저 선보인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프롤로그: 진화를 이해하는 방식’, ‘제1부 진화’, ‘제2부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 ‘에필로그: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다. 실제론 기획전시실 두 개에 나뉜 1, 2부의 연결 스토리라 하겠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하는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는 진화적 관점에서 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화석 자료, 고고 자료 등 700여 점의 전시품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표범에게 공격당한 파란트로푸스의 두개골.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1실의 ‘진화’는 마치 마네킹처럼 틀을 갖춘 각 고인류의 두개골과 뼈 일부를 연대순으로 배열했다. 이들을 둘러싼 벽면의 입체 연표는 700만~400만년 전 살았던 초기 그룹인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오로린 투게넨시스 등으로 시작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그룹(420만~200만년전), 파란트로푸스 그룹(270만~120만년 전), 마지막 호모속(240만~4만 년전)을 아우른다. 꼼꼼히 벽면의 설명문을 읽지 않으면 호모속에 속한 여러 종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가 선형적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다른 종들과 뒤얽히며 출현하고 생존했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하긴 쉽지 않다. 바둑판처럼 배열 전시된 화석유물 28종은 세계적인 화석 복제 전문업체 ‘본 클론’에서 대여해 왔다고 한다.

일반인의 관심을 좀 더 끌 곳은 아무래도 2부다. 마치 4만년전 동굴 입구인 듯 좁은 통로로 들어서면 프랑스 쇼베와 라스코 등의 동굴벽화 디지털 영상이 펼쳐진다. 이어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이 ‘예술’, ‘장례’, ‘도구’, ‘언어와 기호’, ‘탐험’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전개된다. 비록 복제품일지라도 실물과 1대1 비율의 ‘사자 인간’(3만5000년전), 뮐렌도르프 비너스(2만8000년 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동굴 시대를 빠져나오면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본격적인 진화 과정을 연대별 석기 유물로 접하게 된다. 특히 멸종 동물 매머드를 비롯해 지구 상에 살았던 여러 동물과 인류를 화석 레플리카로 한데 모으고 실감형 콘텐트까지 결합한 공간에선 마치 과학관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든다.

1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실감형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인류와 관련된 화석 자료와 고고학 자료 등 전시품 700여 점과 영상으로 꾸민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부터 9월 26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그 때마다 50∼75%의 생물종이 사라졌다.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환경오염과 그에 따른 기후 변화 등은 6번째 대멸종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전시는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에필로그로 이어지지만 우주 탐험 여정 속에 사피엔스의 미래를 질문하는 마무리가 다소 황급하게 ‘거대담론’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는 한반도 구석기 유물과 이후 우리의 역사·문명으로 자연스레 유도하는 ‘슬기로움’도 아쉽다. 현재 상설관에서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 공동기획으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8월 15일까지)’에서 진화론 창시자 찰스 다윈의 초상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8일 개막하는 기획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는 진화적 관점에서 본 인간 존재의 의미를 화석 자료, 고고 자료 등 700여 점의 전시품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의 주먹도끼.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물관 고고역사부의 김상태 부장은 “국립박물관으로서 처음 다루는 주제인데, 인류문명사의 첫 출발점이자 우리 박물관 모든 소장품의 시작점이란 점에서 뜻이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유물을 빌려오지 못하는 악전고투 속에 3D 모션 캡처 영상 등 여러 연출기법으로 보완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병찬 관장은 “새롭고 재밌을 수도, 낯설고 생소할 수도 있겠으나 고고역사부의 전시 또한 진화 중이며 진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9월26일까지. 이후 오는 12월 국립중앙과학관, 내년 4월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순회 전시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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