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두둔한 바이든, 민주당서도 "인권 외교 맞나" 비난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를 막론하고 친(親) 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고수해온 미국이 '더는 이스라엘을 두둔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번 유혈 충돌 사태에서 이스라엘을 두둔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진보적 성향의 범(凡) 민주당 정치인들의 공개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진보 성향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가자 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대대적 폭격은 비양심적"이라며 "우리는 매년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가까운 군사 원조를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유대계 미국인이기도 한 그는 앞서 "미국은 네타냐후 정부를 변명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14일 뉴욕타임스(NYT)에 싣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년 넘게 이스라엘에서 권위주의적이며 인종주의적인 민족주의를 발전시켰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민간인 보호라는 국제법과 인권을 침해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미국법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이스라엘에 매년 38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군사 원조 명목으로 제공해 왔다. 이전까지는 연간 31억 달러(약 3조5000억원)를 지원해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주) 민주당 하원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에 맞서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누가 할 수 있나, 그들이 인권을 지킨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반 홀렌 민주당 의원(메릴랜드)도 지난 9일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법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 미지근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주 발표에 따르면 유대인들 가운데 40%만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했다. 젊은 유대인들에게서는 지지율이 32%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에 징계적 성격의 제재를 가하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는 입장도 34%에 불과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충돌이지만, 최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할수록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압박도 거세진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의 AP통신 사무실을 폭격한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의 강도는 더 세졌다. 이스라엘은 해당 건물에 하마스 관련 조직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는 가자지구의 인권침해 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아니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옹호한다"는 기존의 미국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미국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노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여온 극단적인 친 이스라엘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민주당원들이 비판할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교류를 단절해 국제 사회의 우려를 샀는데,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되돌리지 않기로 결정한 일 등이 그렇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공식 라인을 복원하고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에 대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재개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충돌 사태로 좌우 양쪽에서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며 "강성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스라엘에 더 많은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민주당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설정해온 친 이스라엘적 노선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1981년 상원 의원 초기 시절 자신을 '이스라엘의 가장 친한 가톨릭 친구'라고 부른 사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늘어날수록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지형도 변화해 그의 노선이 다소 바뀔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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