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이 너무 좋아 두번째 날에 방얻어 살았어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간함양 하회영]
▲ 변강쇠호떡 박혜영씨 |
ⓒ 주간함양 |
함양군민뿐만 아니라 함양을 방문한 관광객, 지리산함양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러 맛을 보고 가는 변강쇠호떡의 새로운 주인 박혜영(61)씨. 가게를 인수받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아직 손이 빠르지 않다.
하지만 박혜영씨는 갑자기 손님이 몰려도 당황하지 않는다. 무조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한 후 호떡에만 집중한다. 바쁠 때는 손님이 대신 주문을 받아주고 값을 치르는 것도 손님이 직접 하는 셀프 계산이다. "호떡을 굽다보니 손에 다른 걸 만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을 하고 돈도 거슬러 가세요." 변강쇠호떡이 새 주인을 맞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치도 그대로, 친절도 그대로다. 새로운 변화라면 혜영씨가 개발한 '쑥호떡'이 메뉴에 추가된 것이다. 변강쇠호떡의 '쑥호떡'은 쑥가루를 넣어 반죽하여 쑥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 변강쇠호떡 |
ⓒ 주간함양 |
박혜영씨가 연고도 없는 함양에 온 지는 4년째다. 처음엔 함양이 어디에 붙었는지도 몰랐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하는 혜영씨를 위해 지인이 소개해 준 곳이 함양이다. 산에 다니며 나물도 캐고 다슬기도 잡으며 자연에 푹 빠져 살고 싶었던 혜영씨. 그녀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함양읍 시외버스터미널 로타리를 접어든 순간 포근하고 아늑한 함양에 '바로 이곳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너무 좋았어요, 함양이. 그래서 다음날 다시 와서 방을 얻어 살았어요."
갑자기 함양에 가서 살겠다는 아내를 이해할 남편은 없었겠지만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4번의 수술, 아직 건강을 되찾지 못한 몸,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없이는 잠도 잘 못 이루던 아내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사는 게 더 낫겠다 여겼기 때문이다. 호떡집을 한다고 했을 때도 묵묵히 와서 가게를 손봐주고 맛 평가도 해 준 남편.
"함양 와서 정말 건강해 졌어요. 이제 잠도 잘 자요. 몸에 염증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병원에서도 깨끗하다고 하고, 쑥을 많이 먹어서 그럴까요?" 산과 들과 강, 풍요로운 자연에 인정 많은 함양사람들과 섞여 사니 복을 받았다는 혜영씨. 그녀가 만드는 쑥호떡 속에는 행복씨앗이 알알이 가득 차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80년 계엄사가 쫓던 프랑스 여성... '전두환 직인' 문건의 전말
- 죄질 나쁜 소년범? 이들을 교화하는 마지노선이 있다
- 미인대회 참가자들 옷에 새겨진 문구, 그들은 용감했다
- '지옥철' 탄 이낙연, 국토부장관에게 전화 걸었다
- 문재인 정부는 투기세력과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
- 귀농하자 들이닥친 원주민들... 진흙탕 개싸움 한번 해봐?
- 시장에서 몰래 팔린 유골가루... 알고보니 민간인학살 피해자
- "5월 광주처럼 퀴어들과 차별을 넘어 희망을 꿈꾸고 싶어요"
- [오마이포토2021] 곡기 끊은 이은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하라"
- 동학 핵심경전 동경대전 진본, 140여년 만에 나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