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이 너무 좋아 두번째 날에 방얻어 살았어요"

주간함양 하회영 2021. 5. 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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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강쇠호떡 박혜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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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함양 하회영]

 변강쇠호떡 박혜영씨
ⓒ 주간함양
경남 함양군 지리산함양시장의 명소 변강쇠 호떡집이 새 주인으로 바뀌었다. 기름을 많이 두르고 튀기듯이 굽는 기존 호떡과 차별화를 둔 변강쇠호떡은 이미 함양군민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다. 변강쇠호떡은 동판의 열을 이용해 서서히 굽고 기름이 최대한 적게 들어간 웰빙 호떡이다. 특히 장날이면 멀리 사는 면 지역 단골들도 꼭 들러 맛을 보고 포장해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인기다.

함양군민뿐만 아니라 함양을 방문한 관광객, 지리산함양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한번쯤 들러 맛을 보고 가는 변강쇠호떡의 새로운 주인 박혜영(61)씨. 가게를 인수받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아직 손이 빠르지 않다.

하지만 박혜영씨는 갑자기 손님이 몰려도 당황하지 않는다. 무조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한 후 호떡에만 집중한다. 바쁠 때는 손님이 대신 주문을 받아주고 값을 치르는 것도 손님이 직접 하는 셀프 계산이다. "호떡을 굽다보니 손에 다른 걸 만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을 하고 돈도 거슬러 가세요."   변강쇠호떡이 새 주인을 맞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치도 그대로, 친절도 그대로다. 새로운 변화라면 혜영씨가 개발한 '쑥호떡'이 메뉴에 추가된 것이다. 변강쇠호떡의 '쑥호떡'은 쑥가루를 넣어 반죽하여 쑥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제가 쑥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쑥떡, 쑥차, 쑥으로 된 건 뭐든지 좋아해서 봄에 쑥을 잔뜩 캐놓았어요. 계획에도 없던 호떡집을 하게 되어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쑥을 보고 생각하게 됐죠." 반죽 연습을 하며 그녀는 가족과 이웃에게 쑥호떡을 시식하도록 해 반응을 살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반죽과 쑥가루 양을 조절하며 지금의 쑥호떡 레시피가 탄생했다.
 
 변강쇠호떡
ⓒ 주간함양
"호떡집 인수도 하루 만에 결정하고 다음날 바로 계약했어요." 무대포로 시작한 가게라 걱정스러웠을법하지만 그녀는 거침없었다.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걸 좋아했던 그녀는 장사도 그런 마음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속이고 숨길 게 없고 내가 먹는 음식으로 장사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않았어요. 옆에서 너무 많이 도와주세요. 제가 이웃을 잘 만났어요. 함양이 저와 인연이 있나 봐요."

박혜영씨가 연고도 없는 함양에 온 지는 4년째다. 처음엔 함양이 어디에 붙었는지도 몰랐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하는 혜영씨를 위해 지인이 소개해 준 곳이 함양이다. 산에 다니며 나물도 캐고 다슬기도 잡으며 자연에 푹 빠져 살고 싶었던 혜영씨. 그녀는 내비게이션을 따라 함양읍 시외버스터미널 로타리를 접어든 순간 포근하고 아늑한 함양에 '바로 이곳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너무 좋았어요, 함양이. 그래서 다음날 다시 와서 방을 얻어 살았어요."

갑자기 함양에 가서 살겠다는 아내를 이해할 남편은 없었겠지만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4번의 수술, 아직 건강을 되찾지 못한 몸, 수면제나 신경안정제 없이는 잠도 잘 못 이루던 아내가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사는 게 더 낫겠다 여겼기 때문이다. 호떡집을 한다고 했을 때도 묵묵히 와서 가게를 손봐주고 맛 평가도 해 준 남편.

"함양 와서 정말 건강해 졌어요. 이제 잠도 잘 자요. 몸에 염증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병원에서도 깨끗하다고 하고, 쑥을 많이 먹어서 그럴까요?" 산과 들과 강, 풍요로운 자연에 인정 많은 함양사람들과 섞여 사니 복을 받았다는 혜영씨. 그녀가 만드는 쑥호떡 속에는 행복씨앗이 알알이 가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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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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