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반정부 시위에 등장한 K팝..아이돌 사진으로 도배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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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가까이 전국적인 총파업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K팝 스타들의 사진이나 영상 게시물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화력 덕분에 시위 반대 해시태그가 단숨에 트렌드 상위로 뛰어올랐지만, 이 해시태그를 클릭한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건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아닌 K팝 스타들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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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여론 형성 막기 위한 현지 청년들의 자발적 '방해공작'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20일 가까이 전국적인 총파업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K팝 스타들의 사진이나 영상 게시물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엘파이스는 이같이 전하며 이들 게시물엔 "파업은 이제 그만", "우리 경찰을 지지한다", "봉쇄를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의 K팝 팬들이 이러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배경에는 해시태그와 다르게 콜롬비아의 시위를 지지하는 데 있다고 전해졌다.
앞서 이달 초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시위 현장에서 군경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멘토이기도 한 우파 정치인인 그의 발언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40여 명이 넘게 사망한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우리베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위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K팝 팬들이 뛰어들었다.
팬들은 "우리베 말이 맞다", "우리베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다" "경찰을 지지한다"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베의 발언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베에 동조해 시위대를 증오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방해 공작'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화력 덕분에 시위 반대 해시태그가 단숨에 트렌드 상위로 뛰어올랐지만, 이 해시태그를 클릭한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건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아닌 K팝 스타들의 사진이었다.
한 보수 논객이 "사춘기 K팝 팬들이 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트위터) 트렌드를 방해하고 있다"며 계정을 신고해 폐쇄하자고 주장하자 일간 엘티엠포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콜롬비아 정부의 세제개편 추진을 계기로 시작된 콜롬비아 시위는 빈곤과 불평등, 폭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항의 시위로 확대돼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주도로 시작돼 젊은 층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K팝 팬들이 온라인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9년 10월 칠레 불평등 항의 시위 당시에도 K팝 팬들이 트위터에 "칠레는 깨어났다" 등 지지 트윗을 많이 올렸고, 이후 칠레 정부는 시위 사태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한 보고서를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에도 '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등과 같은 시위를 비꼬는 해시태그에 K팝 사진과 영상을 붙여 시위 반대 여론 확산을 방해한 바 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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