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이스라엘 편들기.. "인권옹호자 맞나" 비판 쏟아져
[윤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가자지구 경계에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야포가 포탄을 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와 사흘째 화력전을 벌이면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2021.5.12 |
ⓒ 연합뉴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충돌을 막기 위한 첫 화상 공개 회의를 소집했으나, 구체적인 공동 대응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안보리 공동 성명도 반대했던 미국의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은 갈등 중재를 위해 외교적 채널로 계속 노력해왔다"면서 "당사자들이 휴전을 추진한다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AP, CNN 등 외신은 미국이 이번 사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중국이 나섰다. 이번 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감스럽게도 한 국가의 반대 때문에 안보리가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왕 부장은 "미국이 책임감을 갖고 공정한 입장을 취하며,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안보리를 지지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터키 등 대부분의 국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거듭 지지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추진하는 정착촌 확대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경계에 따라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에 독립국가를 수립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기자들에게 "현재까지 내가 알기론 이스라엘이 과도하게 대응한 것은 없었다. 자국 영토로 수천 발의 로켓포가 날아든다면 이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라면서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 집권당인 민주당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 워싱턴 EPA=연합뉴스 |
알렉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옹호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고,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는 국제법 위반이며, 인권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에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미국 진보 정치의 대표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더 이상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의 변명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샌더스 의원은 "막강한 군사력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에 대응할 때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말한다"라며 "하지만 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로켓포가 이스라엘의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격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지금 벌어지는 양측의 충돌이 그 로켓포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두 국가 해법을 방해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사는 아랍계 주민을 구조적으로 차별하는 법을 만들어 불이익을 주고, 그들을 악마화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지난 4년간(트럼프 행정부) 이스라엘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독재적 민족주의와 친구가 됐다"라며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은 이제 정의와 민주주의에 근거해 국제사회에 새롭게 접근할 기회가 생겼다"라고 짚었다.
샌더스 의원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도 평화와 안정 속에서 살아갈 절대적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흑인 인권 운동의 구호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에 빗대어 "팔레스타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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