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선' 넘는 송영길 '마이웨이'.."엉뚱한 반성문" 비판도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와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보수 진영의 입장과 궤를 맞추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재보궐선거 패배를 교훈 삼아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겠지만, 진보 진영의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당·청 갈등은 없다’고 하지만 송 대표의 ‘마이웨이’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청 사이 긴장도를 높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靑과 각 세우기’ 일단 자제하는 宋= 송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존 에프 케네디 이후 두번째 카톨릭 신자 출신 바이든 대통령과 대한민국 역사상 '김대중 토마스 모어' 이후 두번째 카톨릭 신자인 '디모테오'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다. 교황도 격려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같은 종교를 가졌다는 점을 짚으면서, 오는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는 덕담을 한 것이다.
앞서 14일 청와대 회동 때 작심한 듯한 발언들을 쏟아낸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송 대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화를 위해 원전 분야 SMR(소형 모듈 원자료) 분야를 전문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탈원전 이후의 대안으로 언급한 것이지만, 어쨌든 원자력을 계속 활용하는 방안이란 점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와 결이 다른 시각으로 비쳤다. 이미 정부가 방침을 정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노선 등 철도 노선 신설에 대한 건의도 했다. 당이 정책과 정국 주도권을 쥐는 새 당·청 관계의 이정표를 세우려는 것처럼 보였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뜨거운 감자’를 탁자 위에 올렸다. 지난 12일 민주당 부동산 특위 첫 회의에서 "재산세와 양도세는 시급한 문제"라고 언급한 것이다.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는 이미 중론으로 제기돼 왔으나 거래 차익을 대상으로 하는 양도세는 민감한 사안으로 여겨졌다. 6개월간의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이 다음 달에 끝나는데 이를 다시 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주택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지 않도록 하려는 주된 규제이므로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 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인 9억 원을 상향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에서 설정하고 있는 고가 주택 기준과 맞물린다. 종부세 기준 조정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수요나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도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청 주도권 확보가 진보 진영 반발로= 시민단체들은 송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후퇴를 시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주거권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퇴라는 엉뚱한 반성문으로, 정부와 민주당이 집값 안정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다면, 더 큰 국민의 심판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당내) 부동산 특위의 논의 정책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공시지가 9억, 시가로는 15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에만 부여되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또 연기를 다루고 있다고 하니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 세 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 보유세 강화라는 우리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본방향에 역행한다"면서 "특히 양도세 중과는 2020년 7월 대책 발표 이후 유예기간 줬던 것이고 아직 시행도 못했다. 이를 또 유예하는 것은 다주택자들한테 계속 버티면 이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시장 안정화를 저해한다"고 짚었다.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임기 말에 여당이 주도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며 당·청 갈등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당이 상당히 주도권을 갖는 건 당연하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도 (문 대통령에게) 여러 번 지침을 받은 것은 당의 뜻을 존중하고 의견을 들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당·청 갈등이란 게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수석은 청와대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체로 가닥을 잡았다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수석은 "제가 느끼는 분위기나 확인한 바로는 교체를 전제로 해서 인사검증을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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