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숙제 넘겨받은 공수처.. 조국·박상기 '수사 외압' 의혹 직접 수사할까

최석진 2021. 5.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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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금의 '불법성' 인식·직권남용 '고의'가 관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등장한 조국·박상기 두 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지, 두 사람의 행위가 검찰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직권남용으로 인정될지 주목된다.

법리적으로는 두 사람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 및 승인 과정의 불법성을 인지했는지, 사건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규원 검사나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7일 공수처는 지난 13일 수원지검이 이첩한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3명의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이 지검장과 이 검사의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의 이첩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만큼 공수처 입장에서는 직접 이들을 수사해야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만만치 않다.

25명의 검사 정원 중 아직 10명을 채우지 못한 데다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불법 특혜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정해 검사 5명이 소속된 수사2부가 수사에 나섰고, 이달 말부터는 검사 6명이 용인에 있는 법무연수원에서 4주 동안 위탁 실무교육을 받도록 예정돼 있다.

물리적인 어려움만 있는 게 아니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직접 기소한 다음날 윤 전 국장 등 3명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지만, 사실상 이 전 지청장이나 배 전 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피해자에 가깝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애초 이 검사나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승인했던 두 사람은 이 지검장과 두 전직 장관의 지시를 받은 윤 전 국장으로부터 끊임없는 수사 중단 요청을 받고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윤 전 국장을 창구로 삼아 안양지청의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두 전직 장관이다. 공수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년 6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전 장관은 이광철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그대로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조 전 장관의 요구사항은 윤 전 국장을 통해 안양지청장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박 전 장관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출입국본부 직원들이 조사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하느냐”고 윤 전 국장을 강하게 질책하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두 사람의 행위를 수사팀에 대한 외압 행사, 즉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당시 두 사람이 이 검사의 출금 요청이나 출입국본부의 출금 승인이 불법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와 안양지청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지에 달려 있다.

공개된 공소장에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 볼 때는 경위 파악을 지시한 박 전 장관보다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조 전 장관의 행위가 이 검사에 대한 수사 중단 요청을 직접 윤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조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이 이뤄지기 전날인 3월22일 늦은 오후 윤 전 국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외압 이전에 불법출금에도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 자신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 링크와 함께 “기자분들이 연락이 많이 오기에 밝힙니다. 저는 이 건과 관련하여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습니다”라는 짧은 해명을 올렸다.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선임행정관의 얘기를 듣고 윤 전 국장에게 전달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취지인지, 아니면 전달한 건 맞지만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거나 수사 관련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취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공수처가 이첩 받은 3명의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다시 재이첩하거나 윤 전 국장 등을 직접수사하면서도 두 전직 장관을 수사하지 않을 경우 검찰의 직접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 A씨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조 전 장관의 행위는 ‘수사 외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검찰이 공수처에 큰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 공수처는 (윤 전 국장이나 두 전직 장관 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도, 검찰로 사건을 넘기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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