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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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기자]
▲ Woman Fitness Sport |
ⓒ pixabay |
실리적으로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서 결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부러워하는 사람 혹은 비교하는 사람보다는 좀 더 나은 선택지로 결정해 우월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결정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런 선택을 맡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오늘 하루만 봐도 점심을 뭘 먹을까, 영화를 뭘 볼까, 여행은 어디로 갈까 등 많은 선택의 기로에 우리들은 노출되어 있다. 이런 많은 선택들 중에서 가볍게 선택해도 되는 일부터, 심사숙고해서 어렵게 결정해야 하는 선택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여러 번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되는 선택도 있고, 다시 선택의 순간이 되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선택의 순간도 있다.
난 현재까지 IT 관련 직군에 근무하고 있다. 많은 IT 관련 직업들 중 네트워크 보안 관련 기술직이다. 아마 대학교 학부생일 때 전공을 컴퓨터 공학으로 선택하였으면 하고 있는 일이 개발직군으로 바뀌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대학 때 적성에 맞지 않는 컴퓨터 언어로 학부 1학년, 2학년 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컴퓨터 공학은 내 선택지가 아니지 싶다.
난 21년 차 직장인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다섯 번째 회사다. 생각해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재직하는 것도 여러 번의 이직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첫 직장에서 두 번째 직장으로의 이직은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능동적으로 내가 이직을 차근차근 준비했던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 직장 인사팀의 생각지도 못한 스카우트 제의로 조금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봤다. 갑작스럽게 제시했던 연봉 제시액에 혹해, 이직을 너무 쉽게 결정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말 그대로 멋모르고 움직인 전형적인 이직이었고, 이렇게 옮겨간 곳이라 적응도 못하고 두 달 만에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작 이직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의 선택이었고, 그 순간 나의 가장 중요한 이직 선택의 기준은 제시했던 연봉이었다. 다행히 두 달밖에 다니지 않았던 곳에서 좋은 동료도 만났고, 연봉 테이블도 적잖이 레벨업을 했다.
이렇게 두 번째 직장에서 도망가듯이 간 곳이 세 번째 직장이었다. 이 곳으로 옮긴 것만 놓고 보면 내게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결과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네 번째 직장으로 옮기게 해줬던 가장 좋은 선택지는 맞지만 만일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두 번째 직장을 조금 더 다니면서 나은 이직 기회를 고려했을 듯 싶다.
물론 그 순간 이직을 하지 않고 세 번째 직장을 계속 다녔으면 내게는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네 번째 직장으로 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선배로부터 그 당시 잘 나가던 회사로의 입사 제안을 받았었고,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회를 다른 동료에게 양보했었다.
이후 그 회사로 입사한 동료는 지금은 잘 나가는 외국계 회사의 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잠깐이지만 그 선택에 대한 조금의 후회를 갖게 하는 이유다. 물론 내가 그 동료 대신 입사했다고 해서 꼭 그 동료처럼 지금 외국계 회사를 다니거나, 조금 더 나은 회사를 다닌다는 보장은 없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내 선택을 조금은 후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내가 지금 직장으로 이직을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또한 크나큰 선택의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10년을 지금 직장에 근무하고 있지만 처음 4~5년은 정말 후회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덧 10년이 지났고,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여러 번의 선택이 날 기다렸다.
여러 해 전만 해도 퇴사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었고, 그 당시 면접 제안이 있어서 인터뷰를 보고서는 입사 제안을 받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라는 큰 벽 앞에서 난 그저 안정이라는 현실에 안주했고, 결국 10년이 되도록 여러 고비 속에서도 지금의 직장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 있는 삶보다는 안정적인 업무 환경과 익숙한 근무지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나도 긴 시간을 그런 삶을 원했던 것 같고, 새롭게 변화하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적 의식 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가슴속에는 사직서를 품고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면서 이렇게 긴 시간을 버틴 미련함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설명이고, 방증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여러 이유야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긴 시간을 꼭꼭 숨겨뒀던 내 작은 용기와 속 좁은 의지를 이제는 꺼내 놓으려 한다. 내겐 또 어떤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선택을 할 수 있는 순간을 즐기고, 앞으로도 이런 결정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내 작은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 그 선택과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선택하지 않는 삶보다는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앞으로도 감사하며 살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사소한 선택으로 고민하고, 또 지난 결정을 후회하며 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삶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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