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이혼은 외도 때문? "MS 여직원과 수년간 성관계"

박현영 2021. 5. 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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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NYT 게이츠 외도, 부적절 행동 보도
MS 여성 엔지니어 "게이츠와 성관계" 투서
조사 시작하자 게이츠 돌연 이사직 사임
대변인 "20년 전 외도, 우호적으로 끝났다"
결혼 후에도 여직원에'사귀자' 문제적 행동
젊은 시절의 빌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 [게이츠 인스타그램]


빌 게이츠(65)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000년 회사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 사실이 2019년 하반기 여성 측 문제 제기로 회사에 알려지면서 이듬해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게이츠가 결혼 후에도 회사 여직원들에게 만남을 요구하는 등 문제적 행동을 했다는 구체적 정황도 나왔다. 게이츠의 아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6)가 이 같은 사실을 얼마만큼 알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편의 부정행위가 이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9년은 멀린다가 이혼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본격적으로 헤어질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다. 게이츠와 미성년 성 착취 범죄자인 백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때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게이츠가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에 대해 MS가 2019년 말 조사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게이츠가 이사회 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MS의 한 여성 엔지니어는 게이츠와 수년에 걸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편지를 2019년 하반기 회사에 보냈다. 영화계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이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까지 퍼졌을 때였다.

MS 이사회는 그해 말 로펌을 고용해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여성은 게이츠와의 관계를 상세하게 적었고, 아내 멀린다가 자신의 편지를 읽어 달라고 요구했다. 일자리를 바꿔 달라는 요구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게이츠는 조사가 끝나기 전인 2020년 3월 13일 MS와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직에서 동시에 물러났다. 2019년 12월 MS 이사에 재선임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때여서 사퇴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게이츠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내와 자선 사업에 더 집중할 것이며,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의 기술 고문 역할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의 대변인은 WSJ에 "거의 20년 전에 불륜 관계(affair)가 있었는데, 우호적으로(amicably) 끝났다"며 외도 사실은 시인했다. 다만 "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은 이와 무관하다"면서 "그(게이츠)는 몇 년 전부터 자선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데 관심 있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아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2017년 4월 프랑스에서 훈장을 받은 뒤 사진을 찍었다.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같은 날 게이츠가 사내 여성들에게 여러 문제적 행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게이츠가 결혼 후에도 사내 여성 직원들에게 만남을 요구하고 추근댔다면서 2000년대 중반 MS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직원에게 접근한 사례 2건을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게이츠는 2006년 사내에서 한 여성 직원의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다. 당시 MS 회장이었던 게이츠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저녁 식사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한다.

게이츠는 이메일에서 "만약 당신을 불편하게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썼다고 NYT는 전했다. 해당 여성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게이츠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로부터 1~2년 뒤 게이츠는 재단 여직원과 함께 뉴욕 출장길에 올랐다. 뉴욕에서 열린 칵테일 파티 도중 직원에게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 나와 저녁 식사를 하겠느냐"고 물었다. 여성 직원은 대답을 피하기 위해 소리 내 웃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게이츠의 행동은 일하는 환경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강압적이지 않고 거절할 공간을 남겨뒀다는 점에서 직원들은 "약탈적(predatory)"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젊은 시절이 빌 게이츠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사진 멀린다 게이츠 인스타그램]


게이츠의 행동은 멀린다와의 결혼 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게이츠는 MS 직원이었던 멀린다에게 사귀자고 제안했고, 수년간 연애 끝에 1994년 결혼했다.

멀린다는 지난 2016년 공개 강연에서 "회의 때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됐을 때 빌이 호감을 보였고, 어느 토요일 퇴근길 주차장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사내 연애담을 소개했다.

부부는 재단을 통해 함께 자선사업을 했지만, 게이츠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관철하려 한 나머지 때로는 멀린다가 모멸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NYT는 전했다.

게이츠 측근의 성희롱 의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게이츠 부부는 의견이 갈렸다. 2017년 게이츠의 자금관리인 마이클 라슨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피해 여성(자전거 매장 매니저)이 게이츠 부부에게 편지를 보냈다. 게이츠 부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피해 여성은 사건에 대해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듬해 라슨과 금전적으로 합의했다. 멀린다는 외부 독립 기관을 선임해 정식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게이츠의 뜻대로 마무리됐다. 라슨은 여전히 게이츠의 재산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멀린다는 자선 사업 중에서도 특히 성적,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여성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에 열정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의 외도, 그것도 상대방인 회사 직원이 미투 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멀린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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