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조카의 난' 딛고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김경민 2021. 5. 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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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73)이 일명 ‘조카의 난’으로 불린 경영권 분쟁을 딛고 공격 경영에 나서는 중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1948년생/ 광주제일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통계학과/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명예이학박사/ 1976년 금호석유화학 과장/ 1984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 부문 회장/ 2010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현)
▶1분기 금호석화 실적 날개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360% 급증

금호석유화학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545억원, 영업이익 612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3%, 360.2%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7422억원)의 80% 이상을 1분기에 올릴 정도로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1970년 창립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은 기존 최대치였던 2011년 2분기(1조7077억원)보다 8.6%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기존 최대치인 2011년 1분기(2864억원) 대비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사업별로 보면 합성고무 부문 활약이 두드러졌다. 1분기 매출 7659억원, 영업이익 2921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료용 라텍스 장갑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료인 NB라텍스 시장이 호황을 보인 덕분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점유율 35%로 독보적인 세계 1위 업체다. 그동안 NB라텍스 투자를 늘린 덕분에 2016년 연 20만t이었던 NB라텍스 생산능력이 지난해 58만t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오래 사용해도 찢어지지 않는 장갑을 만들기 위해 내구성을 높이는가 하면 라텍스 장갑 경량화에도 힘써왔다.

올 들어 글로벌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며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 수요가 급증한 점도 호재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타이어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합성고무 사업이 모처럼 호황을 맞았다. 지난 3월 기준 중국의 교체용 타이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NB라텍스 시황이 좋은 데다 중국 중심의 타이어 수요 회복으로 범용고무 제품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률이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이뿐 아니다. 가전, 완구 등 전방 산업 수요가 회복되면서 고부가 합성수지(ABS) 수익성이 높아져 합성수지 부문에서도 893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판으로 금호석유화학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 계열 금호미쓰이화학은 최근 4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여수 MDI(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 공장 생산능력을 연 20만t 늘리기 위한 조치다. 증설이 완료되는 2024년 금호미쓰이화학의 MDI 생산능력은 기존 연 41만t에서 61만t으로 1.5배가량 증가한다. MDI는 주로 자동차 내장재, 냉장고 단열재, 건축자재, 액화천연가스(LNG)선 보랭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다.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며 최근 수요가 급증한 스판덱스 원료로도 사용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번 여수공장 증설로 매출이 지금의 두 배 수준인 1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쓰는 중이다. 탄소나노튜브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금속 등을 대체하는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용 탄소나노튜브 소재 개발,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사업 다각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매출 9조원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화학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금호리조트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섰다. 금호리조트는 경기도 용인 36홀 회원제 골프장인 아시아나CC, 경남 통영마리나리조트 등 콘도 4곳과 중국 웨이하이 골프&리조트 등을 보유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노후 콘도를 리모델링하고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주총서 ‘조카의 난’ 이겨내

▷박찬구 회장 경영권 힘 실려

코로나19 위기에도 금호석유화학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박찬구 회장 경영 비결에 관심이 쏠린다.

박찬구 회장은 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넷째 아들로 1976년 한국합성고무(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했다. 금호실업, 금호건설 등을 거쳐 1984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금호석유화학 부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 부문 회장을 맡는 등 석유화학 사업 ‘한 우물’을 팠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 경영 과정에서 형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故 박인천 회장이 1984년 타계한 후 20여년간 박삼구, 박찬구 형제는 그룹을 공동 경영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형제의 난’이 벌어져 사사건건 소송전을 벌였다. 급기야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며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 분리했다.

올 들어서는 ‘조카의 난’까지 휘말렸다. 지난 1월 말 당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전격 공시했다. 박철완 상무는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 아들로 박찬구 회장 조카다. 금호석화 개인 최대주주로 지분 10%를 보유했다. 금호석유화학에서 고무해외영업을 담당하면서 조용히 경영 수업을 받아오다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박찬구 회장 개인 지분율은 6.69%에 불과했다. 박 회장 아들인 박준경 전무(7.17%)와 딸 박주형 상무(0.98%) 지분을 합하면 14.84%로 박철완 상무 지분보다 많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철완 상무는 사외이사를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로 교체해달라고 주장하는 한편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금호석유화학은 “사전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경영진 변경과 과다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이 티격태격하며 공방전을 벌인 가운데 지난 3월 26일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는 결국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박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배당, 이사회 개선,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등 핵심 안건 모두에서 박 회장 측이 승리했다. 주총 이후 사측은 곧장 박철완 상무 해임 발령을 내렸다. 재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은 최근 금호석유화학 등기이사직을 자진 사임하면서 경영권 다툼이 자리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박 회장 경영권에도 힘이 실렸다”고 귀띔했다.

물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지분을 계속 끌어모으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호석유화학 실적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향후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돼 박찬구 회장 경영권이 흔들리면 또다시 경영권 다툼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카의 난’을 이겨낸 박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전성기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9호 (2021.05.19~2021.05.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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