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보고 끝? 과천 여행에서 여기 빼놓으면 섭합니다

운민 2021. 5. 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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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별곡] 과천 2편,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공원

[운민 기자]

과천을 여행이나 나들이 목적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는 바로 서울대공원이나 그 주변의 명소를 즐기기 위함이다. 거대한 서울대공원 저수지를 중심으로 그 유명한 동물원을 비롯해 놀이공원, 미술관, 과학관까지 가족끼리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한꺼번에 몰려있다. 본래는 지금의 창경궁, 즉 창경원으로 불렸던 장소에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동물원, 놀이시설을 설치하면서 서울의 대표 명소로 한동안 인기를 누리곤 했다.

그러나 창경원의 시설도 낡기도 했고,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식도 높아져 가고 있었기에 창경궁의 옛 모습을 되찾는 복원 공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동물원 등 놀이시설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재춘을 시켜 미사일 등 신무기 연구개발 기지로 개발하기 위해 구입한 부지 예정지인 지금의 대공원 자리에 옮겨 가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단순히 이름에만 '서울'이 붙여진 게 아니라 운영도 서울시에서 맡아서 한다. 동물원에 이어서 덕수궁 석조전에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도 대공원 내부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곧이어 서울랜드라는 놀이공원도 함께 개장했다.

서울대공원은 아름다운 호수와 청계산 자락의 풍경을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는 물론 산책로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호숫가를 따라 서 있는 나무들은 계절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곳을 찾는 가족들과 연인 행락객들을 반겨주고 있다.

항상 역사와 문화가 깃든 장소만 주로 찾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쉬면서 자연의 숨결을 한없이 들여 마셔 본다. 그 시간도 잠시, 이번 과천 답사의 중요한 목적지인 국립현대미술관을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서둘러 미술관으로 방향을 틀어본다. 

근현대 미술작품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곳
 
▲ 우리나라의 근현대 미술작품이 몰려있는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서울대공원안에 위치하면서 우리나라의 근현대 작품을 두루 살펴볼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경이다. 늘 상설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 운민
 
현대미술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을까? 미술이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현대미술은 우리가 다가가기 어려운 사조 일지 모른다. 그나마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팝아트 예술가의 작품들은 흔하게 접하기도 하고,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익숙함이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설치미술이나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그림 같은 경우 그 텍스트를 읽어보는 것 자체에 피로감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대미술의 텍스트를 읽는 행위 자체를 즐거움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좀 더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고, 삶의 영감과 인생의 진리를 한 편의 작품으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근현대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시대별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미술관이 바로 과천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일명 3대 사립미술관이라 불리는 호암(리움 포함), 호림, 간송미술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미술관의 소장품이 넉넉지 않은 편이기에 유명 작가의 기획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관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우리가 교과서나 기타 매체를 통해 알만한 작가의 작품의 소장품이 많은 곳이다. 그런 작품들을 시대별로 정리해서 시대를 보는 눈이란 주제로 상설전을 열고 있다. 한국 현대 미술의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장소라 생각된다.

요즘 서울에도 덕수궁과 경복궁 바로 옆에 분원이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에는 못 미친다. 그런 만큼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우리가 알만한 쟁쟁한 작가의 조각품이 저마다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현대미술관의 상설전은 3층에서 시작해 2층으로 내려가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방향으로 관람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동선을 따라가면, 한국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먼저 들어갈 전시실은 1900년대 초 <전통미술의 변화와 유화의 도입>이다. 조선시대 말기, 즉 대한제국 시기인데 서양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전통 화법으로만 그려졌던 우리의 그림들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수많은 중인층 직업화가 들이 있었지만, 궁에 속해있거나 고위층의 미술품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이 고종황제의 초상을 제작한 어진화가 채용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을사늑약 체결 후 낙향하여 위정척사파 거두들의 초상화를 이전과 다른 사진과 같은 기법으로 정교하고 세밀하게 서양화처럼 그려냈다. 한편 안중식, 김규진 등 근대화가들은 미술학교와도 같은 서화연구소를 만들어 전통과 근대의 기로에서 오래된 가치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나갔다.

다음 전시실에 가면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시기의 우리 그림들을 엿볼 수 있다. 일명 '문화통치' 시기에 일제는 1922년 조선 미술전람회를 개설하여 매년 총독부 주도의 미술전시를 열었다. 하지만 한국의 미술가들은 서화협회를 중심으로 '서화협회전'을 열기도 했다.

조선 미술전람회는 사실상 화가들의 유일한 등용문이었다. 전람회에 출품하기 위한 야심 찬 크기의 전시용 작품들이 제작되었고, 천편일률적인 양식과 소재의 작품들에서 점차 탈피하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때 단순히 아카데믹한 작품보다 그 당시 서양에서 유행했던 사조인 야수파와 초현실주의, 추상의 요소가 접목된 작품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3전시실에 들어가면 해방과 전후 미술 시기의 작품들을 보면서 교과서에서 익히 보던 화가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비록 이 시대는 이념 분쟁 및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때였지만, 한국적 서정에 바탕을 두고 한국의 산하를 소재로 대작들이 꽃피기도 했다. 이때의 대표적 화가가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으로 그 유명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실에서 발길을 좀처럼 돌리지 못한다.  
 
▲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이중섭의 <애들과 물고기와 게>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면서 황소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 이중섭의 작품이다. 해방전후 혼란했던 시대에 이중섭은 한국적 서정을 화폭에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운민
 
이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국 근대화'나 안보를 우선시하는 억압적 분위기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권위적이고 구태의연한 사회문화를 돌파하려는 시도가 미술계에 존재했다.
그리고 1980년 이후 민중미술을 통해 우리만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냈었는데, 현실에 주목하고 내용과 서사 중심의 미술을 전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본격적인 세계화의 시기에 들어서는 시기와 백남준의 설치미술까지 보고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람을 마무리 짓게 된다. 주어진 2시간이 무척 짧을 정도로 알찬 구성이었다. 대공원에 오신 김에 꼭 한번 국립현대미술관에 가시길 추천드린다.
 
▲ 80년대 현실에 주목하고 내용과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민중미술 한동안 전위예술에 집중되었던 한국화단은 80년대 들어와서 현실에 주목하고 내용과 서사 중심의 미술을 전개했다. 민중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에 사회의 현실을 담아낸 민중미술이 전반적인 사조를 지배했었다.
ⓒ 운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동물원까진 지근거리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에 갈 때마다 동물들의 생기 없는 눈빛들, 자유를 잃은 수용소에 갇힌 느낌을 종종 받아 굳이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하긴 한다. 하지만 대공원이 조성된 가장 큰 이유가 동물원이기도 하고, 호수를 거쳐 동물원을 이어주는 로프웨이를 타고 주변 전망을 보고 싶은 마음에 동물원 산책과 함께 과천 답사를 마무리 짓는다.
마지막 발걸음은 과천과 인접한 인덕원으로 향한다. 과천 사람들은 도회지에 번화한 곳이 없어 인덕원으로 가서 술 한잔 하고 오기도 한단다. 이제 경기도의 도시 탐방도 어느덧 절반 이상을 마무리 지었는데 앞으로 어떤 도시와 마주칠지 기대가 된다. 
 
▲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서울대공원 본래 서울 창경원에 위치한 동물원은 창경궁으로 새롭게 복원을 결정하며 지금의 위치에 욺기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동물원이며 지금도 서울시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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