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꽃 피울 '10대 미래유망기술(Ⅱ)'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2021. 5.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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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산업을 주도할 10대 미래유망기술로 두 개의 ‘진화기술’이 있다. 바로 ‘양자컴퓨터’와 ‘자율주행자동차’다. 진화기술이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신에 계속 성공해가면서 위상을 지켜가는 기술을 말한다.

○ 양자 컴퓨터 (Quantum Computer)

6년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구글이 공동으로 양자컴퓨터 ‘D-Wave 2X’의 실물과 연구 시설을 공개해 전 세계를 깜작 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D-Wave 2X’는 머신 러닝과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를 위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싱글 코어 칩을 활용하는 일반 컴퓨터에 비해 최소한 1억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 두 상태 중 하나만을 선택해 만들어지는 숫자 조합인 이진법 비트(Bit)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다르다. ‘0’과 ‘1’이 결합된 중첩 상태에서 형성되는 큐비트(Qubit·quantum bit) 단위를 기반으로 훨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다.

2020년대 들어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일반 컴퓨터는 물론 슈퍼 컴퓨터로도 처리할 수 없었던 △인공지능(AI) △재료 과학 △유전자 배열 △우주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계산이 가능하게 됐다. 이럼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류와 과학의 수수께끼도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양자 컴퓨터 기술이 상용화와 보급되기까지 상당할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빠르게 진전되는 추세다. 양자 컴퓨터는 매우 미세한 양자 역학적 현상이 적용돼 주변의 전기장, 자기장, 진동에서 철저히 격리돼야 한다. 데이터 처리장치인 양자 컴퓨터칩도 15 밀리켈빈(우주의 온도인 2.7캘빈(섭씨 -270.45도)보다 180배 차가운 온도)에서 작동한다. 모두 난제였으나 의외로 빨리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자율주행자동차 (Self-Driving Car)

대부분 완성 자동차 업체의 최대 목표는 친환경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 개발과 상용화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 업체는 고유가와 석유 고갈, 환경오염 등을 우려해 △엔진 다운사이징 △차체 무게 절감 △디젤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착수 등 연비와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왔다.

‘미래 에너지 자동차’라고 불려왔던 전기자동차가 개발된 이후에는 △전방충돌 경고장치(FCW)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차선이탈 경고장치(LDWS)와 같은 운전보조장치(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기술을 융합해 어떤 환경에서도 자동차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양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 기술박람회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단골 키워드다. 매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ADAS 기술을 선보였다. 매년 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는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에 관심이 치중돼온 과거 행사와 달리 자동차 기술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JD power)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자동차와 ADAS 기술은 고령 인구일수록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ADAS 기술이 대중 브랜드의 양산 기술로 확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기술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우주발사체 (Space Launch Vehicle)

과거 군사·안보력 강화가 주목적이 있었던 우주산업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해왔다. 현대 우주산업 발전은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의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의 공산주의 진영 간 갈등이 심화됐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우위 선점 △국력 과시 △정치적 목적으로 우주산업에서 경쟁을 펼쳐오던 것에서 시작됐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되면서 냉전 시대가 끝나게 되자 우주산업은 군사적 목적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산업화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우주산업은 △항공 산업 △방송·통신 산업 △자원 개발 산업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갈수록 우주산업은 구글,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과 기업인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 확산되는 움직임이다. 구글과 미국의 비영리 재단 X프라이즈는 달착륙선과 탐사 로봇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총 상금 3,000만 달러에 달하는 ‘루나 X 프라이즈’ 대회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참가자는 90% 이상의 민간자금을 이용해 우주탐사로봇을 달 표면에 착륙시켜 500m 이동시키고 동영상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올해는 화성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단계까지 왔다.

구글은 2012년 우주개발 기업인 플래니터리 리소스와 플래니터리벤처스를 설립해 우주 항공, 로봇, 기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2022년부터는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우주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우주발사체를 회수하는 실험에 성공하고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우주 관광을 대중화한다는 계획이다.

페이팔, 테슬라로 인터넷과 전기차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대형 로켓을 대상으로 우주발사체 회수 실험을 진행해오다 마침내 기술개발에 성공해 첫 우주여행 이륙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우주에 물품을 수송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휴머노이드 로봇 (Humanoid)

로봇 기술은 산업 생산과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두루 활용되며 인류 사회와 경제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봇의 실용화는 1962년 GM이 자동차 생산에 산업용 로봇이 투입됐던 것을 시작으로, 생산 현장에서 용접, 도장, 자재 운반, 소형 부품 조립 등 인간에게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해 왔다.

현대 제조업에서 산업용 로봇은 높은 작업속도, 힘, 정밀도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자동화 생산을 가능케 해 4차 산업 혁명을 견인하는 등 생산과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이끌어 왔다. 최근에는 시각인식 기능, 다기능 센서 등의 기술이 접목돼 비정형적 업무와 다양한 산업에도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2020년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로봇연맹(IFR)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로봇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산업용 로봇은 연평균 9%, 전문 서비스 로봇은 5%, 개인 서비스 로봇은 25% 증가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정밀기계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등 전후방 제조업 산업의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역할과 더불어 생산성, 노동력 등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 서비스용 로봇은 △방위 △공공서비스 △의료 △물류를 중심으로 모든 서비스 산업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관련 기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개인용 서비스 로봇은 △가사 △의료 △간병 △교육 △보안 등 단순한 기계가 아닌 저 출산, 고령화 등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개개인의 삶 속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인간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동반자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부문으로 평가된다.

○ 웨어러블 기기(Wearables)

웨어러블 기기는 안경, 시계, 의복 등 신체에 착용하거나 부착해 다닐 수 있는 전자기기를 말한다. 1960∼70년대 미국의 휴렛 패커드 등에서 개발한 LED 손목시계, 손목시계 겸 계산기 개발이 시초다. 1990년대에 들어 컴퓨터 기술과 보급이 확산된 이후로는 타이핑과 저장 기능을 보유한 기기들이 등장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모바일 인터넷의 상용화로 시계, 밴드 등의 기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전송해 연동하는 방식으로 발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컴퓨팅 기능을 지닌 모든 전자 제품이 연결되는 통신환경(IoT·사물 인터넷) 진입으로 인해 진화와 활용도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스마트폰 시장은 서서히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ICT 기업은 미래 혁신제품으로 웨어러블 기기 개발을 가속화시키며 모바일 트렌드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TNS 등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2020년대 진입을 앞두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증가율이 상용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대로 떨어졌다.

애플, 삼성 등 주요 ICT 기업은 출하량을 지속적으로 감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신 신성장 동력으로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ABI 리서치 등 시장조사 연구기관에 따르면 2012년 12.6억 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규모가 2020년대 들어서자마자 10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생산된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의 30% 넘는 규모다. 남은 2020년대 기간에는 웨어러블 기기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비슷한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어서 사용자가 마치 실제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초기 가상현실 기술은 전투기, 전차 등 각종 군사 훈련 시뮬레이터로 발전해왔으며 실제 훈련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

가상현실 기술은 원격제어와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높은 가격 △이동성 △기술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장 확장에는 실패했다. 최근에는 영화, 게임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일반인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휴대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기 연구 개발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상현실 기기는 크게 △스마트폰 연동 △게임 콘솔 연동 △독자기기 형태로 구분된다. 스마트폰 가상현실기기는 스마트폰에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독자기기에 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6와 결합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헤드셋 기기 기어VR을 출시한 후 계속해서 앞서가는 움직임이다.

증강현실과 관련된 사업 분야는 하드웨어, 전자상거래, 데이터 비즈니스, 기업용 앱, 광고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기업은 증강현실을 통한 텔레프레전스 원격현실회의가 실현, 학교에서는 교육용 콘텐츠 개발에 활용하는 등 수많은 산업의 생태계와의 상호 연관성을 통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 헬스케어와 바이오(Healthcare & Biotechnology)

행복하고 건강한 삶은 인류의 궁극적 목표 중의 하나다. 과거 인류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질병 치료의 목적으로 한 병원 방문이 주가 됐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고 개개인의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치료보다는 예방을 통해 건강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다.

특히 세계 인구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신체적 노화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질병 치료 △신체 기능 유지 △보건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매년 확대돼 왔다. 글로벌 기업은 신산업 분야로 헬스케어를 선정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의 수익률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은 개인의 건강을 스스로 예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서비스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집된 각종 개인정보의 저장 관리 플랫폼을 말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생물체의 DNA, 단백질, 세포 등 고유의 기능을 높이거나 개량하는 바이오테크 기술 투자로도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 국제 과학저널은 2020년대 가장 기대되는 바이오테크 기술로 유전자가위를 꼽았다. 유전자가위란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 등으로 이뤄진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술을 말하며,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유전자가위와 비슷한 사례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기존 생명체의 서로 다른 기능을 인공 합성하는 학문인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역시 미래 바이오테크 산업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공학적인 접근을 통해 생물 시스템의 주요 패턴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친환경 대체연료를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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