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 읽기] 文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레드팀'인데..

2021. 5.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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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월 4일에서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혹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4%의 긍정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유사한 주장이 과거에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박 전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이 30%가량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박 전 대통령은 30% 이하로 지지율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재미있는 점은, 박 전 대통령 시절이나 현 정권이나 이 콘크리트 지지층이 정권 말기로 갈수록 자꾸 줄어가는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2014년 당시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40%라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30% 정도 된다고 바뀌었고, 급기야 탄핵 즈음에는 1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현 정권도 2019년 정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 지지층이 40%라고 했다가 이제는 30%란다.

콘크리트 지지층 퍼센트가 줄 수 있다면, 이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부를 수 없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지지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적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면 이는 민주적 정치 과정에서 해악적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정치는 이성적 과정이어야 한다. 이성적 과정이란 ‘이성적 판단이 주를 이루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성적 판단이 주를 이루는 과정이 정치라면, 절대적인 지지는 존재할 수 없다. ‘이성적 판단’과 ‘절대’라는 단어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에서도 감성적, 주관적 요소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치적 효능감’이라든지, ‘정치적 신뢰’ 등이다. 하지만 ‘정치적 효능감’이나 ‘정치적 신뢰’는 이성적 영역의 존재 속에 있는 감정적 요소이지, 정치 자체를 감성의 영역으로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이것이 콘크리트 지지와 다른 점이다. 특정 정당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는 어떤 사람이나 정당이 무슨 일을 해도 지지한다는 ‘절대적 지지’ 혹은 ‘절대적 선호’를 뜻한다. 이는 정치가 감성적 영역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정치가 감성적 영역이 되면, 정치는 사라지고 투쟁만 남는다.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상대를 무조건 싫어한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30% 혹은 40%가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하면 전체 유권자의 30% 내지 40%가 특정 정치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이면 대한민국에서의 정치는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다. 이는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또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권력을 가진 이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신에게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니까 무엇이든 해도 될 것이라든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 행위가 진정으로 적지 않은 수의 국민에게 항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착각이다. 이는 권력의 전횡을 불러온다. 또한 권력 측근은 이른바 ‘레드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레드팀이란 ‘조직의 전략을 점검, 보완하기 위해 조직 내 취약점을 발견,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하위 조직’을 의미한다. 권력 측근이 레드팀 역할을 해야만 권력의 수행이 여론과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요새 일어나는 일을 보면 대통령 주위에 레드팀을 수행하는 존재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은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포용 정책을 통해 “분배지표가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흐름을 역류시켰다”고 했다. 대통령의 이 언급과 관련해 지난 4년간의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4년간의 ‘생활 수준별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비교할 수 있다.

2018년 11월 넷째 주(11월 5주 차 데일리 오피니언)부터 2020년 4월 첫째 주까지의 시기 평가를 보면, 경제적으로 하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크게 앞섰다. 같은 시기, 스스로 경제 수준이 중하 이상 된다고 응답한 이들의 평가는 부정과 긍정이 엇비슷했다. 2020년 4월 둘째 주 이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는 전 계층이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2020년 7월부터 현재까지는 다시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2020년 4월 둘째 주 이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세 달 남짓한 기간을 제외하면, 2018년 말부터 현재까지 경제적으로 하위에 속하는 계층은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 4년간의 서민 경제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좋은 흐름이 역류됐다는 주장도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의 시기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임에도, 서민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처도 그렇다.

문 대통령은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국민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5월 9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838명을 대상으로 ‘한국 백신 보급과 백신여권 도입’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4월 23~26일까지 조사,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모노리서치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정부의 백신 도입 정책에 대해 100점 만점에 평균 55.3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학점으로 치자면 F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11월에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응답자는 9.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놓고 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과 연설에서 언급된 사안들이, 국민 눈높이 혹은 국민의 보편적 상황 인식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권력 주위 레드팀 존재 유무와 관련이 깊을 수 있다. 레드팀이 없다면, 최소한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도록 참모들이 노력해야 하는데 이것도 부족해 보인다.

이제 남은 1년이라도, 참모들은 있는 그대로의 여론 그리고 실제 현상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 레드팀이 존재하면 더욱 좋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9호 (2021.05.19~2021.05.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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