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균 칼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임상균 2021. 5.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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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역군, 수출 보국.

오래전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대한민국은 수출이 중요했다. 수출 열심히 하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는 뜻의 ‘수출 보국’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한국의 GDP 대비 수출 의존도는 2018년 기준 37.8%다. 중개무역국인 네덜란드(63.9%), 독일(3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그러던 수출이 문재인정부 들어 갑자기 쪼그라들었다.

월별 수출 규모는 2018년 10월 548억달러를 정점으로 2020년 5월 348억달러까지 축소됐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견조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었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끝났다는 탄식도 나왔지만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올 4월 수출이 512억달러로 41% 급증했다. 10년 만에 최대폭 증가이며 역대 4월 실적으로도 최대치다. 올 1∼4월 누적 수출액 역시 1977억달러로 역대 같은 기간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5월에는 10일까지 잠정치가 무려 81%나 급증했다.

더 긍정적인 것은 신경제와 구경제 모두에서 호조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수출 르네상스’라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로 축소 해석할 이유가 없다.

수출 증가는 우리 경제에 더없이 좋은 호재다. 2000년 이후 수출이 증가하면 어김없이 코스피가 올라갔다. 코스피와 수출 금액 간 상관계수가 0.94에 달한다.

미국 인플레 공포를 완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이 진행되더라도 우리는 수출 호조라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 증가 덕분에 올 1분기 경상수지는 228억2000만달러(약 25조원)에 달했다. 3분기 연속 확대 추세다. 228억달러는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1~3차 재난지원금 22조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정부가 1년 넘게 재정으로 어렵게 풀었던 유동성 공급 규모를 기업들은 열심히 수출해 3개월 만에 이뤄낸 것이다.

우리는 수출 호조와 경상흑자에 따른 유동성 공급 효과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금융위기 때 엄청난 돈을 풀었던 미국이 2014년 1월 테이퍼링을 시작했고, 2015년 12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13년부터 시장에 수도꼭지를 잠그겠다는 시그널을 수시로 보낸 것은 물론이다. 현재와 유사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스피는 충격 없이 2000선 안팎을 지켜냈고 2017년 이후 급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2012~2014년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호조에 이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문재인정부가 남은 1년 주력해야 할 일거리가 생겼다. 마침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우리가 믿을 것은 역시 수출밖에 없다.

[주간국장 sky22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9호 (2021.05.19~2021.05.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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