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1억뷰 시대②] "아이돌 판은 커지는데..발라드는 힘겨운 경쟁"

류지윤 2021. 5. 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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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시장 더 커질 것이라 예상..제작 여건 함께 나아져야
ⓒ원더케이

이유영 감독은 SNP 필름 대표로 백지영, 김나영, 임창정, 펀치, 알리, 노을 등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발라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그의 강점은 서정적인 스토리와 영상미다. 스토리가 있는 뮤직비디오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스타성 있는 연예인도 더 이상 출연하지 않고, 파급력도 적어진 스토리형 뮤직비디오 세계에서 살아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성모 ‘투 헤븐’ 뮤직비디오가 세상에 나왔을 때 드라마 타이즈 뮤직비디오가 전성기를 맞았지만 여러 변곡점을 맞아 지금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그는 “뮤직비디오도 유행을 많이 탄다.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가 한참 화제가 되자 아이돌 그룹들도 한 때 드라마 같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댄스 아이돌 그룹이 강세를 보이자 스토리보단 비주얼, 퍼포먼스, 오브제를 강조하는 뮤직비디오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발라드 뮤직비디오도 내용보단 오브제를 강조하는 게 붐이었다. 하지만 발라드 뮤직비디오에서 이미지만 보여주는 건 뻔하면서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서 경쟁력도 떨어진다. 파급력이 떨어지면 볼 재미라도 줘야 한다. 그래서 내용과 영상미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스토리와 배우 캐스팅은 감독의 역량이다. 화제성 있는 연예인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일이 드물어졌기 때문에 웹드라마나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에서 새 얼굴을 물색한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아니더라도 뮤직비디오는 대사가 적고 짧기 때문에 용인이 된다. 이는 제작비로도 연결된다. 가수마다 천차만별이지만 2000~6000만원 선의 발라드 가수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주어진다. 1억 이상을 찍는 경우는 드물다. 예산이 적기 때문에 최대한의 출혈을 막고 아이디어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를 신음하게 만드는 코로나19는 당연히 이 업계에도 영향을 줬다. 이 감독은 “발라드 가수는 돈 벌 수 있는 수단이 다 없어졌다. 공연, 음원이 유일한데, 음원은 치열하고 제작사, 유통사, 등 수익 구조가 복잡하지 않나”라며 “그러다보니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런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지며 뮤직비디오는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고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제작 여건이 나아질 것 같진 않다고 바라봤다.


이 감독은 “예산이 커지려면 근본적으로 수익이 많아져야 하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발라드 가수가 수익을 거둬들이는 영역은 한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인기 있는 가수들 외에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는 트렌디해야 하다 보니 당시 유행하는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뮤직비디오들은 나중에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발라드는 드라마 베이스로 가니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거나 시기를 타지는 않는다. 지금도 ‘투 헤븐’, ‘아시나요’, ‘불멸의 사랑’, 임창정의 ‘소주 한 잔’ 등의 뮤직비디오가 계속 언급되고 있는 것이 이 사실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수명이 긴 뮤직비디오와 달리 감독은 빠르게 교체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 이 감독은 “치열한 시장인데 감독의 수명은 너무 짧다. 젊고 창의력 있는 사람들이 환영 받는 시장이라 나이 먹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달라 하는 것이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 시상식이 다시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상을 수상하면 감독들이 나이가 들어도 일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길 텐데, 요즘은 시상식에서 뮤직비디오 상은 거의 조회수에 기반 한다. 우리처럼 발라드 가수를 전문으로 하는 뮤직비디오는 아이돌 가수를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뮤직비디오 시상식이 아니더라도 연말 시상식에서 뮤직비디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다채로워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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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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