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세상서 가장 작은 학교 탄자니아 초원의 야외 수업장

허호 2021. 5. 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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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40)

탄자니아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의 고등부 야외 수업 현장. [사진 허호]


2019년 컴패션 후원자들과 탄자니아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날씨가 굉장히 화장한 날이었습니다. 게다가 탄자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태도와 미소가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씻어 내었습니다. 그러다 맑디맑은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초원에서 펼쳐지는 수업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실상은 마침 우리가 방문한 컴패션 어린이센터가 교실 크기에 비해 어린이 수가 많아 야외 수업이 진행됐던 모양입니다. 그날따라 많은 학생이 센터에 나와 수업을 받게 된 듯했습니다. 나이 많은 학생은 무거운 장의자와 책상을 들고 밖으로 갖고 나갔습니다. 낑낑거리며 나가는 모습이지만 굉장히 익숙해 보였고, 날씨가 화창한 덕에 종종 이렇게 야외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적은 아이는 시원한 교실 안에서 수업을 받고, 중·고등학생은 밖으로 나간 것이지요. 교실 건물의 긴 그림자 아래에도 학생과 선생님들이 의자를 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야외수업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밖으로 꺼내는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우리 어릴 때도 시골에서 야외 수업을 종종 하곤 했었습니다. 한 반에 60명이 넘었는데, 한여름 찜통더위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학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선생님이 바깥 그늘 밑에 가서 수업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탄자니아에서 만난 이들은 교실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너무 잦거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 수혜국 현지에서는 국제컴패션에 요청해 이를 위한 후원금을 따로 모아 교실 증축이나 시설 건축 등의 지원 활동을 합니다.

탄자니아 시골, 작은 규모의 마사이 부락의 아주 작은 학교. 멀리 초식동물이 풀을 뜯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탄자니아 내 시골에 자리한 한 마사이 부락을 찾았을 때입니다. 대여섯 가구밖에 안 되는 정말 작은 부락이었습니다. 이들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거주형태 등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푸라기와 진흙으로 지어진 움막이 듬성듬성 모여 있고, 바깥쪽으로 가시덤불 같은 것이 성벽 쌓듯이 둘러 있어 마을과 평원이 구별되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평원에서 마을의 구분은 전혀 없을 그런 곳이었습니다. 가시덤불은 동물로부터 마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초원 나무 밑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비정기적으로 운영되는, 학교 아닌 학교라고 했습니다.

마사이족 부락을 방문했을 때 만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학교일 수 있는 야외수업 현장.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컴패션에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비정기적으로 수업이 이루어져 정식 건물도 없었습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선생님과 아이 열댓 명이 초원 바깥에 나무 그늘 밑에 옹기종기 모여 칠판 하나를 나무에 기대 놓고 분필로 적어가며 수업하고 있었습니다. 꼬맹이들이 모여 웃고 떠들다 때로는 진지하게 선생님이 가르쳐 준 것을 복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귀여웠습니다. 초원이 바로 운동장이 되고 화장실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멀리서, 초식동물이 풀을 뜯고 가끔 새도 깃드는 아주 낭만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자, 칠판 앞에 나무 박스가 보였습니다. 그 나무 박스는 교실을 짓고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부를 받는 모금함이었습니다. 우리처럼 외부에서 누군가 방문하게 되면 기부를 받으려고 놔둔 것이죠. 원색의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하던 일행들이 주머니에 있던 현금을 다 털어 십시일반 우리의 마음을 모아 모금함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인생은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것을 칠판 아래 놓인 낡은 모금함으로 인해 실제로 경험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말만으로 그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그래서 찰리 채플린의 또 다른 유명한 말로 안타까운 심사를 달래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돕기 원한다. 인간 존재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불행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에 의해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진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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