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읽기] 게임과 음악이 만났을 때

강한결 2021. 5. 1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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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LoL의 대표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디 오케스트라' 공연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지난달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주제곡 등을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담아낸 무대가 열렸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게임 음악회가 열린 건 개관 43년 만에 처음인데요, 당시 공연에는 ‘워리어즈’, ‘어웨이큰’ 등 LoL 유저들이 좋아하는 곡이 다수 흘러나와 관람객들을 만족시켰습니다.

특히 2020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테마가 연주되자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게 변했습니다. 기자는 지투 e스포츠, 쑤닝 등의 강팀을 꺾고 소환사 컵을 들어 올린 담원 게이밍(現 담원 기아)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명작으로 회자되는 게임에는 항상 훌륭한 테마곡이 있었습니다. 음악만 들어도 “아, 이거 게임에 나왔던 곡인데!”라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테트리스’의 ‘Brdinsky(브라딘스키)’,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테마’, ‘문명4’의 ‘Baba yetu(바바예투)’ 등 수많은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 음악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PC, 콘솔을 넘어 이제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OST를 강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넷마블의 모바일 신작 '제2의나라'에는 영화음악계의 거장 히사이시 조가 직접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게이머들을 열광하게 했죠,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의 OST를 찾아 들으며 '노동요'로 사용하는 게이머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기자 역시 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넥슨의 클래식 RPG 게임 '테일즈위버'의 OST ‘Second Run(세컨드 런)’, ‘Reminiscence(레미니센스)’ 등을 듣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OST를 듣기 위해 테일즈위버에 접속하기도 하죠.

가끔 “이 테마음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기자가 주관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게임 속 음악을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려고 합니다. 만약 좋아하는 곡이 없다 해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 떠오르는 OST 맛집 ‘로스트아크’의 ‘별빛 등대의 섬’


국내게임 가운데 OST 최고 ‘맛집’을 묻는다면 게이머 열에 아홉은 테일즈위버를 뽑으리라 생각되는데요. 동의합니다. 만약 테일즈위버를 이을 OST 명가를 묻는다면 기자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라고 답할 것 같은데요. 전반적으로 이 게임의 테마곡은 퀄리티가 좋은 편입니다. 많은 유저도 호평을 남긴 바 있죠. 

이 가운데 기자의 추천곡은 ‘별빛 등대의 섬(Star Light Island)’입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별빛 등대의 섬의 스토리를 깨면 나오는 엔딩곡입니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이 아름다운 별빛 등대의 섬은 2018년 로스트아크의 오픈 베타 광고 중 ‘추억’편에서 나온 곡이기도 하죠. 이 곡은 아직도 로스트아크 최고의 명곡으로 회자되는데요. 아름답고 슬픈 별빛 등대의 섬 퀘스트 스토리와 연계돼 많은 감동을 전한 바 있습니다. 

◇ ‘글라도스’의 진심(?)이 담긴 ‘포탈2’의 ‘WANT YOU GONE(원츄 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벨브의 ‘포탈2’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편은 절대 개발하지 않는 개발사의 특성상 ‘포탈3’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게이머들도 많죠. 포탈2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퍼즐과 독특한 스토리를 접목한 게임인데요. ‘포탈건’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이 핵심이죠. '포탈 시리즈'에는 항상 기계들이 등장하는데요. 포탈2에 나오는 음악에는 이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잘 스며들어 있죠.

이번에 소개할 곡은 포탈2의 엔딩 테마 ‘WANT YOU GONE’인데요. 이 곡의 보컬은 게임 속 메인 캐릭터 '글라도스'의 성우 엘렌 매클레인이 맡았습니다. 글라도스는 인공지능 시스템인데요. 주인공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빌런으로 등장하죠. 하지만 이후에는 모종의 이유로 기묘한 동행자가 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WANT YOU GONE’은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로 글라도스가 플레이어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질릴 대로 질릴 플레이어에게 ‘네가 사라졌으면 한다(WANT YOU GONE)’는 내용이 담긴 이 곡에는 재밌는 비밀이 있는데요. 마지막 플레이어에게 정들어버린 글라도스의 심정이 숨겨져 있기도 하죠. 포탈2의 엔딩을 봤다면 더욱 여운이 남을만한 곡입니다.


◇ 암살자를 상징하는 곡이 된 ‘어쌔신 크리드2’의 ‘Ezio's Family(에지오 패밀리)’

‘어쌔신 크리드’는 유비소프트를 상징하는 대표 IP(지식재산권) 중 하나죠.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다양한 순간을 배경으로 담은 이 게임은 현실의 장소를 그대로 수놓은 듯한 수려한 그래픽과,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을 적절히 녹여놓은 스토리로 큰 호평을 받고 있죠. 지금까지 총 12개의 메인 시리즈가 나왔는데요. 그중 가장 많은 인기를 사랑을 받은 시리즈는 ‘에지오 아디토레’가 주인공인 에지오 3부작입니다.

에지오는 메인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3편에 걸쳐 주인공을 맡은 캐릭터입니다. 특히 15세기 르네상스 시기에 활동하며 암살단의 수장이 된 인물이죠. 원수에 의해 형제와 아버지를 잃고 도망자로 전락하지만,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했죠. 이런 에지오를 대표하는 곡은 바로 ‘Ezio's Family’입니다. 이 곡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등의 후속작에서도 리메이크되어 등장했는데요. 단순히 주인공 에지오 가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암살단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했죠. 이제는 시리즈의 메인테마가 된 곡이기도 합니다.


◇ 인간 찬가를 담은 ‘문명6’의 ‘Sogno di volare(쇼뇨 디 볼라레)’

고3 수험생이 절대하지 말아야 할 게임, 정신차려보면 한나절이 지나있다는 그 게임. 파이락시스 게임즈의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를 묘사하는 말입니다. 자신의 문명을 선택하여 다른 문명과 경쟁하는 것이 핵심인 이 게임은 현재까지 총 6편까지 발매됐는데요. 한국 게이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특히 2016년 출시된 '문명6'는 한글화는 물론이고 100% 더빙을 추가하기도 했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문명6'의 메인 테마곡 ‘Sogno di volare’입니다.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하늘을 나는 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 설계도에 달린 주석을 번안한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이 듬뿍 담긴 이 곡에는 인간찬가적인 성향이 짙게 베어 있습니다. 주기도문을 스와힐리어로 번역한 문명4의 메인 OST '바바예투'가 문명의 시작에 기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원시인들의 느낌을 준다면, 이탈리아 가사로 쓰여진 이 곡은 르네상스 시대 자신감 넘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사실 많은 명곡이 있지만 ‘소뇨 디 볼라레’를 마지막 곡으로 뽑은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 곡에는 "언젠가 인간은 자신의 피조물로 날아오르리라"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비행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그에 대한 강한 희망이 담겨있죠. 지난해부터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전래 없는 범유행전염병(팬데믹)을 겪고 있습니다. 이 질병으로 온 지구촌이 초토화되고 우리나라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결국 답을 찾을 것이라 믿습니다.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가득 담긴 이 곡을 듣고 우리 모두 힘을 내길 바랍니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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