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국내 개발 폐암 치료제, 임상 참여 의사도 '기대'

조민규 2021. 5. 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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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 효과와 부작용 경험..향후 치료제 선택에 중요
[인터뷰] 심병용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센터장
심병용 센터장은 미세먼지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폐암환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아시아 비율이 높고, 한국에도 굉장히 많다. 이러한 가운데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하 EGFR) T790M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유한양행 ‘렉라자’가 건강보험 급여 가시권에 들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환경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국산 신약인 만큼 기대감도 큰 상황인데 폐암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의 의료진은 치료환경 변화를 어떻게 예상할까. 심병용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센터장을 만나 비소세포폐암의 특징과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에 따른 치료환경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심병용 센터장은 “페암은 국내 사망률 1위 암으로 발견도, 치료도 어려운 암이다. 특히 비소세포폐암은 안타깝게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사망률이 높다”라며 “다행이 좋은 약제들이 많이 나오면서 예후가 좋아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구분되는 데 전체 폐암의 85%는 비소세포폐암이고, 나머지 15%가 소세포폐암이다 

심 센터장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의 특징은 아시아 비흡연자 여성에 많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성별로는 여성이 8, 남성이 2 정도다. 특히 20여년 전만 해도 폐암 환자의 80%가 흡연자였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로 낮아졌다. 반면 미세먼지나 황사, 환경오염이 폐암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등의 급식 조리사들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조리할 땐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심 센터장은 “표적항암제 종류는 EGFR, ALK, ROS1, BRAF를 억제하는 치료제 등이 있고, 이 중 EGFR 표적이 제일 흔하고 많다”라며 “1세대, 2세대 치료제 이후에 3세대 치료제로 오시머티닙이 등장했고, 이어 레이저티닙이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 치료제들의 한계는 언젠가는 약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점이다”라며 “내성 기전 중 T790M 돌연변이가 가장 흔한데 1세대, 2세대 치료제는 10~11개월이 지나면 내성이 생기고, 이후에 조직검사를 다시 받으면 50-60% 환자에서는 T790M이라는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때 3세대 EGFR 억제제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1차 치료제는 보통 무진행생존기간이 11개월 밖에 안 되지만 3세대 치료제를 처음부터 시작하면 평균 유지 기간이 18개월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미 3세대 치료제를 1차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더 오랫동안 내성 없이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 1차부터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그럼에도 향후에는 1차부터 3세대 치료제를 먼저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약제 내성 문제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야기한다. 심 센터장은 “3세대 치료제도 내성에 대한 한계가 있어 치료하는 약제들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3세대 치료제 레이저티닙에 다른 약제 하나를 더 한 임상 연구도 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렉라자에 한 가지 약제를 병용하는 임상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이 올해 ASCO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런 결과들이 나오면 다양한 기전에 맞춰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1천억원대 규모이다. 이처럼 큰 규모의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제가 시장에 나왔다는 것, 그리고 기존의 치료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다는 평가다. 
심병용 센터장은 의사가 임상에 참여해 치료제의 효과의 부작용을 경험한 것이 향후 치료제를 처방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과거보다 지금 의사들이 근거중심 의학으로 생각이 변한 것 같다고도 전했다. 그는 “까다로운 규제를 통해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제의 효과에 대해 좋은 결과를 입증했다면 그 결과를 믿는 것이다. 특히 레이저티닙의 경우 많은 국내 의사들이 이 임상에 참여하면서 기존치료제와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고 기존치료제에 못 지 않다는 인식이 생겼다”라며 “임상을 참여하고 경험해본 바 ‘이 치료제가 시장에 나오면 기존치료제를 대체할 수도 있겠구나, 최소 국내 환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더 우수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임상을 통해 의사들이 치료제를 써보면서 효과나 부작용을 느껴본 것이 향후에 치료제가 출시됐을 때 처방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의사들이 레이저티닙 임상에 참여하며 효과, 부작용을 겪으면서 출시 이전부터 ‘기존 치료제 못 지 않다, 기존 치료제보다 독성이 높지 않네’하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개발된 비소세포폐암 국산 신약은 아주 잘 개발된 좋은 약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개인적으로 전이성 4기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 증가가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EGFR 변이 양성 폐암 치료제들이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도 1세대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염증이 생기고 입안이 헐고 설사를 호소하던 환자들이 ‘이 약 도저히 못 먹겠다, 차라리 죽겠다’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며 “생존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생존하는 게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3세대 치료제가 시장에 안착하면 환자들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센터장은 “레이저티닙은 최소 11개월로 장기 생존에 있어서 1개월 정도 길면서 뇌전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결코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을 통해 의사들이 치료제를 써보면서 효과나 부작용을 느껴본 것이 향후에 치료제가 출시됐을 때 처방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지금 보험 기준은 EGFR T790M 돌연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로 국내 신약도 이 기준으로 보험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ASER201이라는 연구를 통해서 기존 치료제와 거의 동등한 효과를 보여주고 뇌전이에도 효과가 좋았던 것으로 보아 부작용 측면에서도 손색없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레이저티닙이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국내는 EGFR 변이 양성 폐암 환자가 흔한데 환자 입장에서 더 저렴한 치료 옵션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향후 국내에서 개발되는 신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에 대해 찬성인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레이저티닙이 빠른 시일내에 1차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했는데 내년 발표될 단독 1차 임상연구 LASER301의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 센터장은 “(레이저티닙을) 기술 수출한 글로벌 제약사에 잘 어울리는 치료제가 있어 병용요법 연구가 이미 진행 중으로 결과가 좋다. 병용요법이 가능한 파트너 약물을 잘 만나서 글로벌에서도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고 미래가 유망하다고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심 센터장은 “표적항암제가 다른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훨씬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좋기 때문에 장기 생존과 삶의 질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치료제다. 표적 항암제 효과가 좋은 환자를 위해 액상 생검, 차세대 유전자 분석 등의 여러 검사법도 개발되고 있다”며 “성빈센트병원의 기존 의료 급여 범위 밖에 있는 치료법들과 같이 기존에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약제 임상시험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환자들의 보다 더 좋은 결과 좋은 생존기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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