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 못지않다..100년 건물 옆 예쁜 가게들, 서울로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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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걷기 여행 ①서울로7017 건축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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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발로 걷고 보고 느끼는 것만큼 확실한 여행법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물론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달라야 한다.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도 2월부터 소규모, 비대면 방식으로 달라졌다. 20명씩 몰려 다니는 풍경은 사라졌다. 이제 최대 참여 인원은 불과 3명(기존 20명). 단 한 명이 신청해도 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서 여행을 돕는다. 여행자 입장에선 되레 듣는 재미가 더 커졌다. 심지어 무료다. 2003년 6개 코스(해설사 49명)로 시작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은 현재 44개 코스(해설사 225명)로 늘어났다. 대표적인 코스 세 개를 사흘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의 근현대사를 아우리는 건축 기행 코스도 있고, 너른 들판과 공원을 품은 힐링 코스도 있다.
」
서울 걷기 여행 일번지는 누가 뭐래도 서울역이다. 지도를 보자. 숭례문‧덕수궁‧서울시립미술관 같은 명소가 서울역 지척에 있다. 길 하나를 건너면 남대문시장과 만나고, 좀 더 나아가면 한양도성 길로 접어든다. 음식이든 쇼핑이든 여행의 목적에 따라 입맛대로 뻗어 나갈 수 있다.
근사한 건축 투어 코스도 있다. 이른바 ‘서울로7017 건축 기행’ 구간이다. 옛 서울역(1925), 손기정기념관(1918), 약현성당(1892) 등을 돌아보는 2.9㎞ 코스다.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거리지만, 입심 좋은 문화관광해설사의 생생한 설명 덕분에 보통 2시간 30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출발점은 옛 서울역 고가, 그러니까 ‘서울로7017’이다. 기능이 사라진 1970년대 고가도로를 2017년 공원으로 재단장했다. 600개가 넘는 화분이 놓여 있어 제법 거닐 맛이 난다. 높이는 17m에 불과하지만, 전망도 시원하다. 북으로는 숭례문, 남으로는 서울역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돔 형태의 지붕과 르네상스식 외관이 인상적인 서울역 옛 역사는 1925년 세워졌다. ‘경성역’으로 불리다 해방 후인 19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혜경(69) 문화관광해설사는 “도쿄역을 베낀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1896년 준공한 스위스 루체른역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건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로7017 건축 기행’ 구간은 줄곧 과거와 현대를 휙휙 오간다. 젊은 감성의 맛집이 밀집한 만리재에서 우측 샛길로 들면 손기정기념관(옛 양정고등보통학교)과 약현성당을 연이어 만난다. 약현성당은 1893년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성당이다. 명동성당보다 5년이 빠르다. 근방에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인 성요셉아파트(1971)도 있다. 아파트 앞에 방치돼 있던 무허가 판자 건물이 최근 매끈한 분위기의 책방과 음반가게로 거듭났다. 낡은 가게와 새 가게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풍경이 이채롭다. 분위기가 ‘힙지로’ 못지않다.
건축기행의 종점은 ‘충정각’이다. 120년 역사를 내다보는 서양식 주택으로, 현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갤러리로 손님을 맞는다. 가게 이름을 딴 해산물 오일 파스타(19000원)와 피자(18000원)가 시그니처 메뉴이자, 인기 메뉴다.
한 가지 더. 서울로7017 다리 밑 ‘여행자 터미널’도 시간 내 들러보시라.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안내 센터인데, 지난달 ‘여행 약국 프로그램’을 신설해 젊은 여행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원하는 코스 길이, 관심 분야, MBTI 성향 등을 체크하면 맞춤형 처방을 내놓는다. 약 봉투에 추천 코스와 정보, 관련 안내 책자까지 담아준다. 믿거나 말거나 한 처방이긴 하나,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안전 여행을 위한 선물도 있다. 안 받고 지나치기엔 구성이 알차다. 항균 파우치 안에 마스크 3장과 손 소독제, 마스크 끈을 넣어 준다. 간단한 이벤트에 참여하면 폴라로이드 기념사진, BTS 포스터와 엽서도 받을 수 있다. 모두 공짜다.
글·사진=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 여행정보
「 서울관광재단에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을 연중무휴 운영한다. 평일은 두 차례, 주말은 세 차례 진행한다. 홈페이지(dobo.visitseoul.net)를 통해 최소 3일 전 예약하면 된다. 44개 코스다. 야행 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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