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놀이처럼.. 어린이 눈높이 맞춘 교감 '인기'

장지영 2021. 5. 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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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우리아이 첫 콘서트'
코로나로 2년 만에 4∼7세 대상
본 공연 전 악기 체험 행사도 개최
올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
서울시향이 15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최한 ‘우리아이 첫 콘서트’에서 EBS ‘딩동댕 유치원’의 삼촌 역 배우 문종호가 토마토 캐릭터들과 춤을 추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현악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순서대로 크기가 커지고 소리는 낮아지는데요. 줄이 모두 4개이고 활로 그어야 합니다. 활의 털은 무슨 동물의 꼬리털로 만들어졌을까요. 1번 사자, 2번 코끼리, 3번 말. 친구들 손들어 볼까요.… 맞아요. 말의 꼬리털로 만들어졌답니다.”

15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내 서울시향 리허설룸. 오후 1시 반부터 S씨어터에서 예정된 ‘우리아이 첫 콘서트’를 앞두고 악기 체험 행사가 이뤄졌다. 이날 두 차례 본공연에 앞서 체험 행사가 각각 3회씩 치러졌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처럼 머리에 큰 나비 핀을 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양말을 신은 해설자가 높고 발랄한 톤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악기에 관해 설명했다.

해설자는 바로 서울시향의 김보람 악보전문위원.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의 모든 악보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직이다. 하지만 이날은 TV 유아교육 프로그램 ‘뽀뽀뽀’의 진행자 뽀미 언니를 본뜬 ‘뽀람 언니’가 돼 진행했다. 36개월 이상 영유아 및 어린이(4~7세 미취학 아동)를 대상으로 또래 아이를 둔 엄마의 마음이 반영됐다.

코로나19 탓에 회당 20명씩 3회로 나눠 악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에 비닐장갑을 낀 채 리허설룸을 돌아다녔다. 현악기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악기를 만지거나 소리를 듣는가 하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곤 했다.

본공연이 열린 S씨어터는 무대 스크린에서 우주와 악기에 대한 애니메이션 영상이 흘러나오고 천장과 벽에선 작은 전구들이 별처럼 반짝였다.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베이더 의상을 입은 서울시향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가 등장해 반짝이 망토와 반짝이 넥타이를 걸친 단원 22명과 함께 ‘스타워즈’ 주제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EBS 유아교육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의 삼촌으로 엄마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은 배우 문종호가 우주인 차림으로 등장해 70분간 서울시향과 아이들 사이에서 공연했다.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홀스트의 행성 교향곡 중 ‘목성’, 동요 ‘코끼리와 거미줄’와 ‘멋쟁이 토마토’ 등이 연주됐으며. 문종호는 곡 사이사이 아이들에게 질문하거나 반응을 유도하는 식으로 클래식 음악과 악기에 관한 관심을 끌어냈다. 백지혜 서울시향 사회공헌팀장은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아이들이 음악을 놀이처럼 인식하며 재밌게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조카를 데리고 공연을 관람한 최지우씨는 “월요일이 조카 생일이라 언니네 가족에게 티켓을 선물했다. 예전부터 ‘우리 아이 첫 콘서트’가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꼭 보고 싶었다”며 “공연 횟수가 적어서 티켓을 구하기가 힘들다. 도쿄필 등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 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를 매주 또는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 많다. 한국에서도 어린이 대상 공연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연습동 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단원들이 악기 체험 행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악기를 만져보거나 소리를 내도록 돕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영유아 및 어린이와 그 부모가 올바른 공연문화를 체험토록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11년 첫 기획 당시엔 유치원 등에 찾아가는 공연 형태로 만들어졌다. 연간 8회 안팎으로 이뤄졌지만 2014년 중단됐다가 2019년 서울시향이 ‘생애 주기별 클래식 교육’을 체계화하면서 부활했다. 다만 찾아가는 공연 형태 대신 서울시향 리허설룸과 세종문화회관 내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봄과 가을에 2차례 열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2019년부터 ‘우리아이 첫 콘서트’에 참가해온 서울시향 임가진 제2 바이올린 수석은 “아이들과 음악을 교감할 수 있는 점이 좋다. 개인적으로 보람을 많이 느끼는 공연”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향의 ‘우리아이 첫 콘서트’는 2019년 재개 이후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있다. 코로나19로 2년 만에 열리는 데다 방역을 위해 좌석 수를 줄인 탓에 올해는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서울시향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과 협력해 14일 공연을 추가 편성한 뒤 평소 공연장 방문이 어려운 가정을 초청했다.

관람객과 연주자 모두 ‘우리아이 첫 콘서트’의 공연 횟수를 늘리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서울시향이 전용 홀을 갖고 있지 않아 쉽지 않다. 대신 서울시향은 단원들이 연주하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 동물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카툰 클래식’을 지난 4일 자체 유튜브 채널로 공개하는 등 아이들이 음악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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