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혈압 오르면 전신 혈관에 악영향 수시로 측정해 정상으로 낮춰야

2021. 5.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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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후 고혈압 유병률 2.5배
심장·뇌·콩팥·눈 질환의 원인
저염식·체중 감량·운동 필요

오늘은 세계 고혈압의 날 고혈압은 몸속에 자리 잡은 시한폭탄이다. 너무 흔한 병이라고 고혈압을 얕봐서는 곤란하다.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혈압이 높은 상태로 5~10년 정도 지나면 혈관이 서서히 망가진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손상돼 좁아지기 쉽고,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심장 운동과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여성은 폐경으로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면서 동맥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혈압이 높아진다. 세계 고혈압의 날(5월 17일)을 맞아 여성에게 더 위험한 고혈압과 혈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고혈압은 남성만큼이나 여성에게도 위협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폐경이다. 혈관을 보호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폐경을 전후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로 인해 혈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상대적으로 혈관이 수축한다. 여태껏 잘 유지됐던 혈압이 슬금슬금 높아진다. 실제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폐경 전 12.4%에서 폐경 후 30.8%로 뛴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고혈압 합병증이 더 잘 발생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혈압 관리에 소홀하다 예기치 않던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지목

혈관의 압력이 높은 상태인 고혈압은 그 자체로 건강에 위협적이다. 증상이 없다고 병이 없는 게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은 조금씩 몸집을 키운다.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허란 교수는 “심근경색·부정맥·뇌졸중·신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바로 고혈압”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 세계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고혈압을 지목했다. 매연·음주·흡연·비만보다 고혈압이 건강에 더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고혈압은 합병증이 무섭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뻗은 혈관을 파괴해 각종 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고혈압이 지속하면 혈관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혈관 벽이 두꺼워진다. 이로 인해 혈액이 지나는 통로인 혈관 내부가 좁아져 혈액 공급량이 준다. 특히 수축기·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커지면서 혈관 손상이 가중된다. 그 여파는 전신에 퍼진다. 심장·콩팥·뇌·눈 등을 지나는 혈관이 부실해져 병을 일으킨다.

고혈압으로 심장이 더 강하게 힘을 줘야 혈액을 온몸으로 뿜어 보낼 수 있다. 결국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펌프 기능은 약해진다. 어쩔 수 없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체내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의 여과 기능도 덩달아 떨어진다. 심장·콩팥은 혈관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혈압이 높으면 체내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심장·콩팥의 고유 기능이 약해진다.

뇌도 문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생긴 고혈압으로 뇌의 미세혈관 손상이 장기간 반복하면서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 뇌혈관 손상으로 기억하고 집중·결정하는 인지력이 떨어진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팀이 혈압과 치매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 진단을 받은

40대 여성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동년배 여성보다 노년기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73%나 더 높았다. 고혈압으로 눈의 망막 동맥이 좁아져 시력도 잃을 수도 있다.


술·담배는 혈압약의 효과 떨어뜨려

고혈압은 방심이 키우는 질환이다. 혈압은 폐경, 나이, 운동 부족, 스트레스, 짜게 먹는 습관 등으로 높아져도 스스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조명찬 교수는 "평소 혈압 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작은 혈압 측정이다. 심장이 수축·이완할 때 동맥 혈관의 압력이 140/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단, 한 번 측정했을 때 혈압이 높다고 곧바로 고혈압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혈압은 변동성이 큰 생체 지표다. 시간·장소·감정·자세 등에 따라 하루에도 들쭉날쭉 변한다. 혈압은 언제 측정했느냐에 따라 10~30㎜Hg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시간·장소를 바꿔 혈압을 여러 번 측정해 정확한 수치를 파악한다.

집에서 혈압을 직접 측정하는 것도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 진료실 혈압 측정 오류를 최소화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해 혈압을 재면 갑자기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뇌졸중 발생의 가장 강력한 요소인 아침 고혈압을 발견하는 데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개선 등을 통해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도 점검할 수 있다. 평소에는 혈압이 높은데 병·의원에서 검사할 땐 정상 범위로 측정되는 ‘가면 효과’나 의료진이 혈압을 재면 나도 모르게 긴장해 혈압이 높게 나오는 ‘백의 효과’를 걸러낼 수 있다. 만약 진단에 오류가 생기면 적정 수준으로 혈압을 관리하기 어렵다.

혈압을 낮추는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란 교수는 "좋은 습관은 약만큼이나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로 저염식이다. 짭짤한 소금 속 나트륨은 섭취를 줄이면 혈압도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에게

4주간 염분 섭취를 하루 3g으로 제한했더니 12g의 염분을 먹은 사람보다 혈압이 16㎜Hg 떨어졌다. 둘째는 체중 감량이다. 비만인 사람이 체중의 10%를 감량하면 혈압이 5~20㎜Hg 준다. 셋째는 운동이다. 고혈압 환자가 하루 30분씩 주 5일 꾸준히 운동하면 혈압이 5㎜Hg 정도 떨어진다. 넷째로 채식 위주의 식습관이다.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줄어 혈압을 최대 11㎜Hg까지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절주·금연이다. 알코올·니코틴은 혈압을 높이면서 혈압약의 효과를 방해한다. 음주량을 하루 2잔 이하로 줄이면 혈압이 평균 4㎜Hg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흡연할 때 혈압은 급격히 올라갔다가 서서히 떨어진다. 담배를 피울 때마다 급격한 혈압 변동으로 고혈압 조기 발견과 치료가 까다로워진다. 조명찬 교수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관 건강 지키는 생활습관

고혈압은 30세 이상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앓는 국민병이다. 평균 혈압을 2㎜Hg 줄이면 허혈성 심장병 발생 위험은 7%, 뇌졸중 위험은 10%나 줄어든다. 고혈압으로부터 혈관을 지키는 생활수칙을 소개한다.

혈압 수시로 확인 혈압은 계속 변한다. 여러 번 반복 측정해야 정확한 자신의 혈압을 짐작할 수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 혈압을 측정한다.

소금 섭취 줄인 저염식 소금 속 나트륨은 혈압 상승의 원인이다. 체내 수분을 혈관으로 끌어당겨 심장에 부담을 준다. 채소·과일의 미량 영양소는 혈관을 강화해 혈압을 낮춘다.

적절한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체지방을 줄이고 혈관 탄력성을 높여 혈압을 낮춘다. 빠르게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30~45분 실시한다.

술·담배 피하기 알코올·니코틴은 혈관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혈전을 만들어 심뇌혈관 질환 발병을 재촉한다. 특히 알코올은 어떤 종류든 많이 마실수록 혈압이 높아진다.

꾸준한 약 복용 생활습관만으로 혈압을 낮추는 것은 1기 고혈압 진단 후 첫 12주까지다. 이후에도 혈압이 여전히 높다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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