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정답 없다던 민주당, 여당 되니 툭하면 "왜곡 처벌"
야당 "민주당식 내로남불 국보법"
5·18, 세월호 등 쏟아지는 특별법
전문가 "국회서 역사 논의 부적절"
일본 욱일기를 사용하면 최대 10년 징역형 법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학계에선 “민주당식 국가보안법”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14일 ‘역사왜곡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3·1운동과 4·19 민주화 운동, 일본제국주의의 폭력, 학살, 인권유린 및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 ▶일본제국주의를 찬양·고무하는 행위 ▶이 목적으로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욱일기 등) 또는 조형물을 사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할 시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해당 법안은 새롭게 설치되는 ‘진실한 역사를 위한 심리위원회’가 역사 왜곡 여부를 판단한다.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해당 위원회는 역사 왜곡 행위, 일제 찬양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권한을 갖는다. 김 의원은 “항일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거짓으로 훼손하고 모욕하는 행위가 빈번해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진문(眞文)’들의 행태에 비춰볼 때 감정적으로 몰아가고 국민을 분열시킬 포퓰리즘이 아닐지 우려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막걸리 보안법’이 떠오른다”고 했다.
학계도 가세했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민주당식 국가보안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만약 반대로 야권이 ‘6·25 왜곡 방지법’을 발의하고 ‘6·25가 남침이 아닌 북침’이라는 주장을 처벌한다고 하면 어떻겠나.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역사적 진실이 바뀔 것”이라며 “역사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역사를 논의하지 않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특정한 법익에 대한 침해를 법원에서 확인하기 전에 특정한 사실을 불법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유사한 방식으로 계속 특별법을 만들다 보면 과도한 처벌로 악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역사 왜곡’을 처벌해야 한다는 법안을 여러 차례 냈다. 지난해 12월 당론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양향자 의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사실 왜곡도 처벌 대상에 포함한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역사 왜곡 법안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에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요구한다” “국사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자들은 자유민주주의자가 아닌 독재주의자·전체주의자·국가주의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찬양·고무’ 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한 국가보안법에 대해 “악법 요소가 있다.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교수는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는 괜찮고, 일본 제국주의는 처벌하는 건 이중 잣대”라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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