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첫날 월마트 고객들 "아직은 불안, 계속 쓰겠다"
매장 찾은 사람들 대부분 마스크 써
"누가 맞고 안 맞았는지 몰라 불안"
열달 전엔 의무화에 반발 몸싸움도
“한동안은 아무도 마스크 안 벗을걸요. 벗고 싶으면 그래도 돼요. 예전처럼 따라다니며 말리진 않을 거예요.”
지난 15일 미국 버지니아주 타이슨스웨스트의 월마트 매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던 린다 산체스는 마스크를 벗고 입장해도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날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매장 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앞서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뒤 2주가 지나면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권고안을 발표한 직후 내놓은 조치다.
방송에선 이를 두고 ‘팬데믹 터널의 끝에서 보이는 빛과 같은 신호’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지침이 적용된 첫 주말인 이날 월마트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옥외 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는 직원까지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가족들과 장을 보러 온 클레인 배시는 “백신을 다 맞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접종 완료자가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아직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착용이 익숙해진 만큼 올해까지는 실내에서 계속 쓰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 조스 등 다른 대형마트·식료품점도 ‘노 마스크’ 행렬에 발 빠르게 참여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폐지했다.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월요일인 17일부터 마스크 착용 여부를 고객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미국 대형마트에서 마스크 착용 규정이 사라지는 것은 딱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15일 월마트는 미 전역의 매장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33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13만 명을 넘으며 2차 유행이 시작되던 시기다.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손님과 이들을 제지하는 직원 간 몸싸움이 연일 보도됐다.
CNN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제 마스크가 익숙해진 사람들의 행동을 갑자기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과학을 무시한다고 비난받았지만, 벗어도 된다는 지침이 나온 지금은 착용하고 다니면 오히려 그런 지적을 받을 처지가 됐다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트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식료품점 트레이더 조스에서 만난 계산대 직원 마이클 재츠는 “매장을 찾은 손님 중 누가 백신을 맞고 안 맞았는지 물어볼 수는 없다”며 “손님과 직원 모두 마스크 쓸지 말지는 본인 선택이지만, 나는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이번 조치가) 혼란만 초래하면서 매장 내 직원들을 감염의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엉뚱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게 될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기준 미국에서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체의 47%다. 아직 한 번도 백신을 맞지 않았고 백신을 맞을 의향도 없으면서 마스크를 귀찮아했던 극단적인 성향의 사람들만 마스크를 벗어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아직 면역력이 없는 이들을 더 위험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 의학 애널리스트인 리나 웬은 “그동안 과도하게 조심해 온 CDC가 그런 조심성을 내다 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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