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사회 인도의 역설..2차 유행, 빈민보다 중산층 더 타격

이민정 2021. 5. 17.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빈민들, 1차 때 많이 걸려 항체 형성
뭄바이 4월말 확진 90%가 중산층
변이 출현에 의료시스템 붕괴 겹쳐
"핵심 소비층 무너져 경제에 찬물"
최근 코로나19가 인도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북서부 잠무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우마 프라카시는 최근 코로나19로 남편 람 프라카시(53)를 잃었다. 빈민층 출신인 남편은 지난 수십 년간 기업에서 세금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중산층에 합류했다. 집과 차를 사고, 최근엔 16세 딸을 사립학교에도 보낸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회계사를 준비 중이었다.

그 꿈은 코로나19로 산산조각이 났다. 교사인 우마 프라카시는 “살기가 나아지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어려워졌다”며 “이젠 생활비를 벌어 생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를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한 비극적인 상황이다.

코로나19 2차 유행이 덮친 인도에서 중산층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경제를 떠받치던 주요 소비 계층인 이들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경제 회복도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9월 1차 유행 때 주로 빈민 지역을 휩쓸었던 코로나19가 이번 2차 유행에선 도시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빠르게 확산해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금융 중심지 뭄바이와 산업도시 푸네가 대표적 피해 도시다. 지난 3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한 뭄바이는 하루 발생 건수가 3월 1일 이전과 비교해 140%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중산층 거주지인 고층 주거단지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랐다. 현지 매체 인디아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지막 주의 뭄바이 전체 확진자는 90%가 고층건물 거주자에서 나왔다. 반면에 빈민 거주지역은 전체의 10% 이하를 차지했다.

방역과 의료에서 취약한 빈민층보다 중·상류층이 더 타격을 입고 있는 ‘인도 패러독스’다.

보건 전문가들은 중·상류층의 2차 유행 피해가 큰 원인으로 낮은 항체 보유율을 꼽았다. 1차 유행이 한 차례 휩쓸고 간 빈민 지역에선 주민의 상당수에서 항체가 형성됐지만, 당시 피해가 작았던 중·상류층 지역은 항체 보유율이 낮아 바이러스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뭄바이의 한 연구에 따르면 빈민가 주민의 50%가 항체를 가졌지만 부유한 지역의 항체 보유율은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출현과 민간병원 의료 시스템 붕괴가 중·상류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LA타임스는 "인도의 계급사회도 코로나19 앞에서는 평등했다”고 전했다.

경제 전문가 사이에선 2차 유행이 중·상류층을 무너뜨려 장기적으로는 경제까지 수렁에 빠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FT에 따르면 인도에선 중산층이 늘어난 수입을 바탕으로 소비를 주도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돼 왔다. 그런 이들이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분야로 파급 효과가 번지고 있다.

중산층 붕괴 조짐은 이미 지난해에 나타나기 시작됐다. 여론 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산층에 합류한 이들의 절반 이상인 3200만 명이 지난해 빈민층으로 다시 밀려났다. 올해 중산층 이탈은 이보다 한층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경제 회복 속도도 느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UBS 글로벌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탄비 굽타 자인은 "인도 경제 발전은 결국 소비가 주도한다”며 "지난해 1차 유행의 피해를 복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2차 유행에 진입해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