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식은땀' 49년 만에, 중국 '불의 신' 화성 착륙
마오, 키신저에 듣고 우주개발 결심
화성탐사선 세계 3번째로 성공
시진핑 "행성 탐사 선진반열 올라"
1972년 2월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수교를 위해 베이징을 찾은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에게서 위성사진 한 장을 받고 식은땀을 흘렸다. 소련과 중국의 국경에 걸친 우수리강 젠바오섬에 중국군이 진주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얼마 전 중국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젠바오섬에 군을 몰래 들여보냈지만 소련의 공격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잃었다. 당시 소련은 첩보위성을 통해 중국군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키신저는 당시 미·중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면 중국이 원하는 인공위성 사진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이 사건은 중국이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가 됐다.
반세기가 흐른 2021년 5월 15일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중국의 첫 화성 무인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이날 오전 7시18분(현지시간) 화성 유토피아 평원 남부의 착륙 예상 지점에 성공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은 화성 탐사 일정과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춰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성 탐사 지휘부와 관계자들에게 보낸 축전에서 “당신들의 용감한 도전이 중국을 행성 탐사 분야에서 세계 선진 반열에 오르게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텐원 1호는 지난해 7월 23일 중국 남부 하이난섬 원창 우주발사장을 떠나 약 7개월간의 비행 끝에 지난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후 궤도를 돌면서 관측 사진을 찍는 등 자료를 수집하고 화성 착륙을 준비해 왔다.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 로버가 모두 들어있는 점에서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화성 적도 북쪽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호는 착륙선과 탐사 로버로만 구성됐다.
이번 화성 착륙에 성공한 중국 탐사 로버 주룽(祝融)은 바퀴가 여섯 개 달린 태양광 추진 탐사 로봇이다. 중국 고대 신화에서 최초의 ‘불의 신’을 뜻하는 주룽은 높이 1.85m, 무게 240㎏으로 한 시간에 200m를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 90일간 화성 지표면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할 계획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톈원 1호의 화성 착륙 성공은 중국의 우주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들어 세계 우주 개발은 미·소 우주 경쟁에서 다극화 체제로 들어섰다. 최근에는 중국이 소련의 지위를 물려받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 중심의 달 유인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도 현재 전무한 중국과의 우주 협력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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