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 규제주체는..방통위vs공정위[차민영의 포스트IT]

차민영 2021. 5. 16.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14일 정책보고서 발간
방통위·공정위 양측 입장 모두 담아
앞서 공정위 편 든 보고서 삭제 조치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앱마켓·쇼핑·배달 등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감시자는 누가 돼야 할까요.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개거래' 관련 규제 주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주무부처로서의 지위와 타당성을 분석한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습니다. 불안감에 휩싸인 ICT업계에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양 부처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4일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과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이 모두 참여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제의 소관 관련 논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지원·박소영 연구원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는 거래관계에서 공정위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동시에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방통위 소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와 이용자보호 규정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두 행정기관 간 규제 중첩 소지가 일부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도한 규제 방지하려면…방통위 적격

우선 방통위가 중개거래 포함 전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규제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은 중개거래 역시 온라인 통신 시장에서 이뤄지는 행위라는 측면을 강조합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이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서비스에 해당하는 만큼, 통신산업 규제와 이용자 보호에 대한 부문서 전문성을 쌓아온 방통위를 주축으로 제도가 정립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1998년에도 전기통신사업에 대한 방통위와 공정위의 규제 관할권 중복 문제가 제기됐는데 당시에는 전기통신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이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으로 방통위 권한이 우선하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전기통신사업 행위에 대한 규제 때 적용되는 통제 척도가 일반적 경우와 달라 통제 임무도 전문규제기관에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주효했습니다.

중개거래만 별도 부처(공정위)가 단독 소관할 경우 관리 파편화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ICT 전체 생태계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통신규제당국이 주축이 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전했습니다. 부가통신서비스 규제를 담당하는 ICT 부처가 플랫폼 산업의 규제체계를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제도 집행력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지에서입니다. 대표적으로 과도한 규제 방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 지양, 국내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해소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사업자들의 이중 제출 등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사례도 예로 들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경우 경쟁총국이 아니라 정보통신총국이 주도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이사회 규칙', '디지털서비스법(안)', '디지털시장법(안)'을 마련한 게 대표적입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총무성, 공정위 공동으로 '특정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습니다.

'거래공정화'에 초점…갑을관계 전문은 공정위

반면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거래관계 규율을 공정위 소관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측은 이번 문제가 '거래공정화' 관련 문제란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업대기업간(B2B) 거래관계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규율의 본질이 거래상 '갑을관계'의 불균형이란 이유에서입니다. 공정위 소관 기존 '거래공정화 법제'와 맥을 같이 한다는 얘기입니다.

거래공정화 법제상 불공정성을 판단할 때 여러 정성적 요소를 종합 고려해 판단하게 되는데 이 분야에서 하위규범과 법 집행경험이 축적된 공정위가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게 적합하다는 주장입니다. 일례로 거래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해당 행위의 의도나 효과, 해당 분야의 정상적인 거래관행 이탈 정도 등이 민사 분쟁과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이유입니다.

EU 집행위원회에서 정보통신총국이 주도해 온라인플랫폼 관련 규제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국내와 입장 차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카르텔, 독과점 규제, 기업결합 등 경쟁정책만을 관장하는 EU 경쟁총국과 달리 우리나라 공정위는 경쟁, 거래 공정화(갑을관계) 정책까지 담당한다는 점에서 ICT 시장의 거래질서 공정화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총국 주도로 플랫폼 거래규율 법제를 제정한 EU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가 제기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쟁당국과 산업규제당국 간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전문·기술적 규제는 산업규제당국에서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특정 산업분야에 국한되지 않은 공통의 정책목표인 공정한 경쟁·거래질서의 수립은 경쟁당국이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입니다. 비슷하게 공정위는 건설, 조선, 소프트웨어 등에서도 업권 구분 없이 하도급법을 집행해왔습니다.

부처 간 싸움에 ICT업계 비판적 시각

한편, 입법조사처는 지난 10일 금융공정거래팀에서 단독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발간했다가 이틀 만인 12일 이례적으로 삭제 조치했습니다. 81페이지 분량의 장편 보고서에는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관계에 대해 규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담겼습니다. 두 부처가 의견 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일방적으로 공정위 측 손을 들어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부처 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ICT 업계에서는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방통위와 공정위의 대립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성장 산업을 둘러싼 일종의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입니다. 물론 특정 산업 부문의 전문규제기관과 일반규제기관인 공정위의 역할이 일부 중첩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다만, 정부 부처가 각각 목소리를 높이며 개별 입장만 강조하기보다는 정부 부처 간 긴밀한 물밑 협의를 통해 업계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