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제로 콜라에 무라벨 생수까지.. 유통가는 '제로' 전성시대

문수정 2021. 5. 16. 18: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토 넓혀가는 '제로 마케팅'


올해 유통가를 관통하는 트렌드 중 하나는 ‘제로’다. 상품의 중요한 요소나 핵심 정체성을 제거한 제품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알코올이 없는 맥주,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탄산음료, 환경을 고려해 상품명을 한눈에 확인할 수 없게 만든 무라벨 생수 등이 호평을 받으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건강, 안전, 환경, 미니멀리즘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로 마케팅’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설탕 대신 감미료…제로 칼로리 음료 ↑

제로 칼로리 음료는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대신 감미료로 달콤한 맛을 냈다. 사이다, 콜라, 스프라이트 본래의 맛을 최대한 구현하면서 ‘칼로리 0’를 맞췄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세계 시장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1년 ‘코카-콜라 제로’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16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칠성사이다 제로’가 시장에 나온 지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3500만개(250㎖ 한 캔 기준)를 돌파했다. 출시 100일 동안 1초당 약 4개씩 판매된 셈이다. 이런 추세면 올해 약 1억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매출액은 500억원 규모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이 첫해 매출 100억원만 넘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칠성사이다 연간 매출액이 4000억원 정도인데 칠성사이다 제로의 매출 성장세는 확실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저칼로리·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1329억원 정도였다. 코카-콜라 제로가 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칠성사이다 제로가 열렬한 반응을 얻으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 코카-콜라는 지난 3월 ‘스프라이트 제로’를 국내에 처음 출시했고,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제로슈거’를 지난 1월 시장에 내놨다. 펩시 제로슈거는 지난달 말까지 4개월 동안 2700만개가 팔렸다.

한국 코카-콜라 관계자는 “‘코카-콜라 제로’ 제품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온라인에서 24개들이 한 박스 제품이 판매가 급증했다. 가정용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제로 탄산음료 시장이 올해 들어 크게 성장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설탕보다 감미료가 건강에 낫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도 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건강에 나쁜 MSG’라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식품첨가물은 수십년 동안 해로운 화학조미료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소량 섭취하면 해롭지 않다”는 정보가 널리 알려지면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폭 바뀌었다. 감미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제로 탄산음료 시장 성장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맥주 시장 흔드는 ‘알코올 없는’ 맥주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無)알코올 맥주’와 0.05% 미만인 ‘비(非)알코올 맥주’도 인기다. 음주를 즐기는 경우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무슨 맛에 먹느냐’고 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무알코올 맥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9~2024년 전세계 맥주 소비에 대한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3.2%지만,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23.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전체 맥주 시장의 16%에 이르고, 호주는 20%나 된다.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무알코올 음료를 공격적으로 출시한 일본은 8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일본 전체 맥주 시장의 4.2%가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12년 출시돼 10년 차를 맞은 ‘하이트 제로 0.0’, 2017년 처음 나온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지난해 첫 출시된 ‘카스 0.0’이 국산 무알코올 맥주 경쟁 삼파전을 펼치고 있다.

‘하이트 제로 0.00’은 2012년 11월 출시돼 지난해까지 6000만캔이 팔렸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2019년보다 34%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는 4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70% 이상 성장했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류업계는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홈술족’이 증가하면서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커지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식 등을 통해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문화에서 맛을 즐기는 문화로 바뀌면서 ‘맥주의 맛’을 구현하지만 취하지 않을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주류업계는 지난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를 150억~2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시작된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이 계속 이어진다면 3~5년 안에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1000억~2000억원 규모로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수 시장, 브랜드보다 ‘무(無)라벨’ 선호

올해 생수 시장 트렌드는 ‘무라벨’이다. 투명한 페트병에 라벨을 없애서 재활용 가능성을 높인 ‘친환경 제품’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무라벨 생수는 지난해 롯데칠성음료가 ‘아이시스 ECO’를 출시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아이시스 ECO’는 지난해 1010만개가 팔렸다. 라벨 한 장 당 무게가 1.5ℓ와 2ℓ 제품은 0.8g, 500㎎ 제품은 0.3g이다. ‘아이시스 ECO’를 통해 약 6.8t의 포장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었다. 절감된 라벨을 가로로 이어 붙이면 3020㎞에 이른다. 서울과 부산을 왕복 4번 이상 오갈 수 있는 길이다.

올해 들어 페트병 생수와 페트병 음료에 무라벨이 적용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농심 ‘백산수’, 제주 ‘삼다수’, 동원 F&B ‘에코 보리’ 등이 무라벨 제품을 내놨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자체 브랜드(PB) 제품에 무라벨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제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친환경’ 여부가 중요해졌다”며 “올해는 ‘무라벨’ 제품이 다양한 품목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