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성탐사선 성공은 세계패권 경쟁 둘러싼 국제정치의 상징"

최준호 2021. 5.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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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의 착륙선이화성 지표면에 내린 뒤 탐사로버 주롱을 내일 준비를 하고 있는 이미지. [사진 바이두]



중국공산당 100주년 앞두고 화성착륙 성공

1972년 2월,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미ㆍ중 수교를 위해 베이징을 찾은 키신저 미 국무장관에게 위성사진 한 장을 받고 식은땀을 흘린다. 소련과 중국 국경에 걸쳐있는 우수리강 젠바오섬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진주해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얼마 전 중국은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젠바오섬에 인민해방군을 몰래 들여보냈지만, 소련의 공격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참상을 겪어야 했다. 당시 소련은 첩보위성을 통해 중국군의 움직임을 손금보듯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중국은 이런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키신저는 당시 미ㆍ중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면 중국이 원하는 인공위성 사진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우주에서 지구를 들여다보는 능력이 없었던 중국이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반세기가 흐른 2021년 5월 15일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중국의 첫 화성 무인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이날 오전 7시18분(현지시간) 화성 유토피아 평원 남부의 착륙 예상 지점에 성공적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과 옛 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오는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중국은 추후 화성탐사 일정과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맞춰 대대적인 국가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중국 하이난성 원창 기지에서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실은 창정 5B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가운데 시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모듈 톈허는 우주정거장의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추진력을 내는 기능과 함께 향후 우주 비행사들이 거주할 생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올해와 내년에 모두 11차례 걸친 발사로 모듈과 부품을 실어날라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EPA=연합뉴스]



2030년엔 화성 토양샘플 가지고 지구 귀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화성 탐사 지휘부와 관계자들에게 보낸 축전에서 “화성에 처음으로 중국인의 자취를 남겼다는 것은 우리의 우주 사업 발전에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진전”이라면서 “당신들의 용감한 도전이 중국을 행성 탐사 분야에서 세계 선진 반열에 오르게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텐원 1호는 지난해 7월 23일 중국 남부 하이난도 원창 우주발사장을 떠나 약 7개월간의 비행 끝에 지난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이후 궤도를 돌면서 관측 사진을 찍는 등 자료를 수집하고, 착륙을 준비해왔다.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 로버가 모두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화성 적도 북쪽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호는 착륙선과 탐사로버로만 구성돼 있다. 지구와 송수신은 화성궤도에 미리 가 있던 다른 탐사선이 중계했다. 중국은 애초에 궤도선과 착륙선ㆍ탐사로버를 동시에 성공시켜 미국을 단숨에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5일 화성 착륙에 성공한 중국 탐사 로버 ‘주룽(祝融)’은 바퀴가 6개 달린 태양광 추진 탐사 로봇이다.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온 최초의 ‘불의 신’을 뜻하는 주룽은 높이 1.85m, 무게 240㎏으로, 한 시간에 200m를 이동할 수 있다. 앞으로 90일간 화성 지표면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까지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돌려보내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중국화성탐사선 톈원 1호의 여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갈수록 속도 더하는 중국 우주굴기

21세기 들어 중국의 우주굴기 발전은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2019년 1월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달 전면과 뒷면에 모두 착륙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간 미국과 러시아가 착륙선을 보내 달 탐사를 해왔지만, 달 뒷면에 착륙한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기 때문에 항상 앞면을 지구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서는 지구와 교신이 끊어져 탐사선을 통제할 수 없다. 중국은 달 궤도를 도는 통신중계 위성 ‘췌차오(鵲橋ㆍ오작교)’를 이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달 착륙선이 보내온 전파를 중계위성이 받아 지구로 전달하는 형태다. 당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인류의 첫 달 착륙인 미국의 아폴로 계획이 미국과 소련의 냉전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인류 운명 공동체의 꿈을 안고 개방과 협력의 이념을 실천해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달에는 자체 우주정거장 톈허(天和)를 구성할 핵심 모듈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2022년까지 60t 중량의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4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보유 국가가 될 전망이다. 미국ㆍ러시아 등이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그해 공식 미션을 마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GPS)에 대응해 자체 GPS시스템 베이더우(北斗)까지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첫 GPS 위성을 쏘아올린 이후 지금까지 총 30개의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놨다. 일본 니케이아시안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더우는 그 성능이 미국 GPS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는 과학기술이면서 정치·안보 영역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톈원1호의 화성착륙 성공은 중국의 우주 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1세기 들어 세계 우주개발은 미소 우주경쟁에서, 다극화 체제로 들어섰다고 보는데, 최근에는 중국이 옛 소련의 지위를 물려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 중심의 달 유인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참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도, 현재 전무한 중국과의 우주협력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 교수는 “우주는 과학기술이면서도 정치와 안보의 영역”이라면서 “중국 화성탐사선 착륙 성공은 중국 국내에서는 공산당 정권의 정당성과 권위를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는 패권 경쟁을 둘러싼 국제정치 속에서 미국에 맞서는 G2국가로서 중국의 위치를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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