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성과급 모두 포기 못한다"..현대차 노조 '딜레마'
전국 최대 조합원(약 5만명)을 보유한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지부)가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안에는 기존 노조의 주축이던 50대 생산직에 더해 20~30대 젊은 사무직의 눈치를 봐야하는 복합적인 입장이 담겨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최근 현대차에는 MZ세대(1980년부터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그다음 Z세대를 일컫는 용어)가 주축이 된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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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MZ세대에 낀 현대차 노조의 딜레마
16일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안을 살펴본 결과 정년 64세 연장과 일자리 지키기 협약 요구는 기존 주류인 '586세대'(50대, 1980년대 학번, 60년대생) 생산직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 근로자 상당수는 일자리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젊은 조합원을 달래기 위한 조항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 학자금 지원제도 요구, PC 오프제(근무시간 이후 PC를 끄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586세대뿐 아니라 MZ세대 요구를 충족시켜야하는 노조의 딜레마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올해 임단협에 대해 현대차 담당 직원은 "각오하고 있다. 당연히 지난해보다 힘들 것"이라는 답을 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7~12월)에는 2년마다 실시하는 노조 집행부 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실리를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 현 집행부(현장노동자회)는 임기 1년 차였던 지난해 노사 임금협상에서 '시니어 촉탁직 확대'와 '기본급 동결'을 사측과 주고받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현대차의 시니어 촉탁직은 60세 정년을 맞은 근로자가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하는 제도다.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촉탁직은 전환배치 없이 원래 업무를 그대로 1년 더 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에선 2025년까지 매년 2000명 이상 정년 퇴직자가 발생한다.
20~30대 현대차 직원 상당수는 노조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기본급이 인상돼야 그에 따라 성과급도 늘어나는데, 호봉이 낮은 저연차는 기본급을 동결하면서 성과급도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 일부 직원들은 "노조 조합비를 내지 않겠다"며 반발했고, 급기야 지난달에는 1994년생 연구직 직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가 정식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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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파, 위원장 선거 앞두고 선명성 경쟁 돌입
현대차에서는 이처럼 세대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위원장 선거를 염두에 둔 일부 강성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금속연대, 현장노동자회, 민주현장 등 5~6개 계파가 노조위원장을 놓고 선거에서 경합하곤 한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는 노조 내부의 선명성 경쟁이 심화됐다. 강성 계파 중 한 곳은 최근 "투쟁하는 노동조합이 되자. 조건 없는 정년연장을 추진하자"는 선전물을 게시했다. 현행 8시간씩 '2교대 근로제'를 각각 7시간으로 줄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강성 계파는 "현 집행부는 투쟁 의지가 없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올해 임단협은 다음 달 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에 대해 2주간의 검토 기간을 거친 뒤다. 지난해보다 교섭이 어려울 수도 있고, 때로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다만, 양측 모두 과거의 대립적·투쟁적 노사 관계로 회귀해선 안 된다. 2017년 현대차는 24일간 파업이 이어졌고 임단협은 해를 넘겨서야 타결됐다. 2019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했던 현대차 노사가 올해에도 '운영의 묘'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으로 전환하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 노사 역시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달려야 한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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