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양도·취득 '부동산 3종 세제' 완화 논의, 중구난방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을 사고 보유하고 팔 때 내는 세금 전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을 못 내고 있다. 4ㆍ7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이 부동산에 있다고 판단해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는데도 쟁점만 쌓여갈 뿐이다.
16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 논의 선상에 대출 규제와 함께 부동산 세제 3종 세트 모두가 올라있다.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 보유할 때 부과하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그리고 팔 때 부담해야 하는 양도소득세다.
이 가운데 합의점을 찾은 건 재산세뿐이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안에 대해서만 당ㆍ정ㆍ청이 공감대를 이뤘다. 나머지 종부세와 양도세, 취득세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고 청와대ㆍ정부 입장과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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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기준 9억→12억, 당ㆍ청 이견 여전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4ㆍ7 보궐선거 전부터 당내에서 흘러나왔다. 현행 공시가격 9억원인 1가구 1주택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수개월째 줄다리기만 이어지고 있을 뿐 결론은 아직 못 냈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장이 지난 12일 첫 회의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을 직접 언급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당내 반대 여론에 막혔다. 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라는 현 정부 정책 기조를 뒤집는 데 대한 반발이다. 추가로 완화한 장기 보유, 고령 공제로도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 효과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기류도 부정적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종부세는 더 신중해야 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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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발등의 불’ 해법은 아직
양도세 문제는 더 복잡하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단기 보유자, 다주택자에게 이전보다 더 무거운 양도세가 적용된다. 1년 미만 단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3주택자(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양도세율은 65%에서 75%로 각각 올라간다.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매물 잠김 현상을 풀려면 거래세(양도세와 취득세)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고 당 지도부는 인식하고 있다. 김진표 위원장이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춘다”는 원칙을 이미 밝혔고, 송영길 당 대표도 “재산세, 양도세 문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가 문제다.
단기 보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투기 거래를 막는다는 당ㆍ정 기조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방향이라서다. 대신 무주택자의 주택 한 채 구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에 한정해 양도세나 취득세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역시 종부세와 같은 이유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행 9억원인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끌어올리려면 종부세 등 다른 고가 주택 기준도 손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종부세처럼 장기 보유, 고령자 공제가 현 제도로도 80%까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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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완화해도 시장 변화 미미” 예상
지난해 7ㆍ10 대책을 발표하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득ㆍ보유 및 양도 모든 단계에서 세 부담을 크게 강화하겠다”며 “내년 6월 1일까지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자신했다.
시장은 홍 부총리의 발언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집값은 치솟았고 매물 잠김 현상만 심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4만6925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9.7% 감소했다. 정부의 7ㆍ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6월 8만 건대까지 올랐던 매물 수는 이후 계속 줄어 3만~4만 건대에 머물고 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이나 양도세 완화 같은 퇴로 없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일제히 올린 탓에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는 자신이 낸 어려운 숙제를 스스로 풀어내야 하는 난관에 빠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세를 완화하기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시행 시점이 2주밖에 남지 않은 데다, 1주택자 등 일부 세금을 낮춘다고 해서 시장이 갑작스레 안정을 찾는다거나 민심이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보유세ㆍ거래세를 모두 올려 버리면 서민에게 오히려 독이라는 경가 일찌감치 있었지만 현 정부는 무시했고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며 “정권 말기 당ㆍ청 관계를 고려할 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세제의 큰 변화는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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